검수원복 시행령 그리고 국회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01 16: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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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성 서정대 교수


 

법무부는 입법예고한 검찰청법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포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정 검찰청법은 이른바 ‘검수완박’이라고 하여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을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개정 법조문을 자세히 보면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부패·경제범죄에 준한 중요범죄에 대해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위법령에 상당폭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에 놓칠세라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 강화 등을 사유로 공직윤리·정치자금 및 공직선거 관련 사건 등을 부패·경제범죄의 범주에 포함해서 수사범위를 검찰청법에서 명시한 내용보다 넓혀놓았고 이를 가리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이라고 하니 뭐가 맞는지 좀 어리둥절해진다.

국회는 입법권이 있고 정부는 행정입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가진다.

이 둘 간의 관계에 관한 법이론이 ‘법률유보론’이다. 법률유보라 함은 정부가 행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 정부는 법률을 근거로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법률유보를 통해 검수원복 시행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프랑스대혁명을 기준으로 구체제와 신체제로 확연히 구분하게 되는데, 대혁명 이후부터는 기존 정부의 권한에서 국가공동체와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은 반드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그 본질적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게 되었으며 이는 의회주의와 연결된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의회가 입법권한을 가지기 전에는 왕을 정점으로 한 구체제 정부가 모든 법령 제정권을 갖고 있었지만, 의회가 대혁명을 통해 정부가 보유한 법률제정권을 박탈하여 빼앗아온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가진 모든 법령 제정권한을 가져올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법률’의 형식을 가진 법령 제정권한이 의회에 있을 뿐이지, 다른 법령인 시행령, 규칙 등은 행정입법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에 남아 있다.

의회가 명확한 법문을 통해 법률로써 규정 내리지 않는 한, 본래 정부가 큰 폭의 권한으로 행정입법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정부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상위법의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시행령을 통해 정부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물론 헌법이 정한 정부의 권한 범위에서 행정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률의 공백까지 방치할 정도로 정부를 규제할 수 있는 논리로써 법률유보를 사용할 수는 없다.

검사 선서에 관한 규정을 보면 신임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내용으로 선서를 하게 되어 있다.

법무부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검찰청법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부패·경제범죄에 준하는 중요범죄에 대해 그 역할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국회가 만든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없듯이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간 법학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시행령 등을 국회가 심사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나, 문재인 정부 기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침묵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사 새로운 통제 방안을 찾기에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에 무리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해석되는 한,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은 개정 검찰청법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입법예고절차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가 아닌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보는 여론의 일부 시각을 반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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