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정신건강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7-21 16: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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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의학박사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건강한 생활 습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중 제일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 중 하나가 ‘음식’이다.

올해는 7월 16일, 26일, 8월 15일이 초복, 중복, 말복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84.3%가 무더위의 복날에 여름 보양식을 챙겨먹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음식’에 특히 관심이 많은 편이다.

몸과 마음이 병들었을 때 의사를 찾아 전문적인 치료 받는 것은 중요하다. 특정일에 특정 음식을 챙기는 것도 괜찮지만, 평소 좋은 식생활 습관으로 몸과 마음을 병들지 않게 예방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즉,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할까.

최근 ‘란셋 정신학저널(The Lancet Psychiatry)’에 실린 논문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심장계, 내분비계, 소화기계에서 만큼 정신건강에서도 음식이 중요하다는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또한, 미국글로벌뇌과학재단(Global Neuroscience Initiative Foundation) 샤힌 라칸(Shaheen E Lakhan)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매일 필수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이 정신과적 증상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우울증에서 결핍되기 쉬운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 세로토닌이다. 트립토판은 우리 몸에 섭취된 후 소위 ‘행복 물질’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과 소위 ‘수면 유도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트립토판을 함유한 음식을 섭취하면 우울증이나 불안, 불면 등 정신 건강 문제를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우유, 치즈, 달걀, 땅콩, 아몬드, 바나나 등이 있다.

2007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키콜드-글래서(Kiecolt-Glaser) 박사 연구팀은 오메가-3 비율이 낮을수록 우울증이 심해지고, 자살률도 높다고 보고했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은 오메가-3 지방산 섭취의 감소를 우울증 발병률 증가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조셉 히블렌(Joseph R Hibbeln)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임상 연구는 오메가-3 지방산이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삼치, 고등어, 꽁치 같은 등푸른 생선과 연어, 참치 같은 기름진 생선, 들기름, 참기름 등이 있다.

마그네슘은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해주는 미네랄(mineral)이다. ‘천연진정제’라고 불릴 정도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초조감, 긴장감을 덜어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근육 이완도 돕는다. 마그네슘을 투여한 여러 연구의 결과에서 대다수의 환자가 우울증과 불안증이 빠르게 호전되었다. 마그네슘은 클로로필에 존재하므로 녹색 엽채류가 좋은 공급원이다. 그 외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견과류, 콩, 두부, 연어, 아보카도, 다시마, 미역 등이 있다.

칼슘도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해주는 미네랄(mineral)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칼슘 배출량이 많아져 화를 더 많이 내고 짜증을 잘 내고 정서가 불안정하게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칼슘이 풍부한 음식은 우유, 치즈, 멸치, 미역, 콩, 두부, 브로콜리, 아몬드 등이 있다.

비타민 B9으로 불리는 엽산과 코발라민(cobalamin)이라고 불리는 비타민 B12가 우울증 개선에 효과적임이 증명되었다. 무작위 실험을 하였을 때 하루에 0.8mg의 엽산 또는 0.4mg의 비타민 B12를 복용한 환자들이 우울증 증상이 감소했다. 티아민(thiamin)이라고 불리는 비타민 B1은 기억과 학습을 돕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어떤 성분의 어떤 음식을 먹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누구와 함께 먹는가?”이다.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다는 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먹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는 원초적인 활동이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사랑과 신뢰를 의미하기도 한다. 흔히 사용하는 식구(食口)라는 단어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랑과 신뢰‘를 상징한다. 지인이나 동료들과 만났을 때 “식사하셨습니까?”라고 인사하고 “다음에 밥이나 한 번 먹읍시다.”라고 헤어지는 인사를 한다. 이렇듯 음식은 인간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다.

때로, “나 허전해.”라는 말이 “나 배고파.”가 되기도 한다. 음식은 신체적 배고픔을 채우기도 하지만 때로 심리적 허전함을 채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배가 고픈가? 마음이 허전한가? 오늘만큼은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며, 허기(虛飢)가 아닌 사랑과 신뢰를 채우는 것은 어떨까. 좋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있는 사람들과의 식사는 사고력, 추리, 계획, 문제해결 등 정신작용을 관장하는 전두엽과 공감능력에 작용하는 뇌섬엽을 강화할 뿐 만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통제하는 변연계를 보호한다.

음식은 과학이다. 음식은 사랑이고 신뢰이다. 음식은 정신건강에 이르는 치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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