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소재 사회비판 드라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9-09 16:03:4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신시뮤지컬컴퍼니 뮤지컬‘유린타운’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화려한 의상과 스펙터클한 무대로 관객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댄스파티 장면은 현란한 춤동작을 선보이고 낯익은 뮤지컬 넘버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인기 비결인 동시에 향락적이며 소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인 뮤지컬 ‘유린타운’은 이와는 맥락이 다르다. 브로드웨이에서 태어났지만 브로드웨이적인 뮤지컬을 벗어난 작품이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냄새가 심상치 않다. ‘오줌마을’로 번역되는 이 작품은 오줌 눌 권리를 주장하는 주민들과 배설주식회사의 대립된 구도를 중심으로 사회 비판성이 강한 드라마의 성격을 담아내고 있다. 특이한 소재를 바탕으로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위트가 넘치고 풍자적이다.

배설주식회사가 운영하는 공중변소 앞에는 볼 일을 보러온 주민들이 줄을 서 있다. 남루한 옷차림의 주민들은 화장실을 이용할 돈도 없이 가난하다. 나이 많은 노인 스트롱은 공중변소 요금이 없어 변소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그 앞에서 볼 일을 해결한다. 스트롱은 공중위생법으로 경찰에게 붙들리고 아무도 알 수 없는 유린타운으로 보내진다.

배설주식회사의 딸 호프가 가장 비싼 대학을 마치고 회사에 취직하고 우연히 변소 이용요금을 걷는 일을 도와주는 바비를 만난다. 바비는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세요’라는 호프의 말에 힘입어 새로운 용기를 갖게 되고 다음날 배설주식회사가 이용요금을 인상하자 반발을 갖고 주민들에게 무료로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화장실을 개방한다. 반란으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바비와 주민들은 호프를 인질로 잡고 공짜로 오줌 눌 권리를 요구한다.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배설주식회사의 사장, 선량한 사람들이었다가도 한순간 폭도로 변해버릴 수 있는 주민들의 모습 등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들은 무겁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나 뮤지컬 넘버, 상황 설정 등은 유쾌하고 재밌다. 볼 일을 참기 위해서 다리를 비비꼬는 주민들의 몸짓, 심각한 상황도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내는 발랄함으로 무거움을 가볍게 다가서려는 이들의 코믹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든다.

그렇지만 유린타운은 관객을 작품 속에 끌어들여 동화시키지는 않는다. 극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경관은 관객에게 ‘당신은 지금 뮤지컬 유린타운을 보고 있다’고 계속적으로 상기시키고 극적 상황을 설명해준다. 장면이 바뀌는 부분도 관객에게 노출시키고 배우들의 상황 연기도 다소 과장되게 보여지는 서사극적 요소를 적극 도입한 점이 눈에 띤다.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 18곡의 뮤지컬 넘버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특히 2막의 ‘Run, Freedom Run’(자유를 향해)는 ‘시스터 액트’의 ‘오, 해피데이’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뚜렷이 각인시켜 준다. 22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