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만든‘소련인의 애국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9-24 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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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블록버스터‘K-19’ 소련 최초의 핵 잠수함 이야기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탄생됐다.

미국식 우월주의와 영웅적인 캐릭터를 내세우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특징을 완전히 뒤집는 영화 K-19(원제:The Widowmaker)는 거창한 영웅주의를 내세우기보다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소련 해군이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의 위기 속에서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기존의 블록버스터와는 많은 차별성을 보인다.

철저히 반 미국인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실제 소련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난 7월 미국에서 개봉된 이후 미국인들은 소련인의 애국심에 관한 영화를 어떻게 미국이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수많은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주인공은 그동안 ‘에어포스 원’에서 미국대통령으로 출연했던 대표적인 헐리우드 배우인 해리슨 포드(사진)였기 때문에 미국인의 반감은 영화의 흥행 성적에 그대로 나타났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과 소련 냉전의 절정기인 1961년대. 미국이 소련을 겨냥한 핵 잠수함을 배치하자 소련 역시 핵 잠수함 K-19를 서둘러 건조하고 소련군내 경험이 풍부한 미하일 폴레닌(리암 니슨)을 함장으로 임명한다.

미하일은 K-19호의 결함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지휘권을 빼앗기고 대신 당에 충성하는 알렉세이 보스트리코프(해리슨 포드)가 함장이 된다. K-19호의 안전을 생각하고 출항을 늦추길 주장하는 부함장 미하일과 당의 명령을 우선시하는 알렉세이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당과 알렉세이는 K-19호의 결함을 묵인하고 미사일 테스트 발사를 위해 출항을 강행한다. 목숨까지 위협하는 훈련이 계속되자 대원들과 미하일은 함장에게 불만을 갖지만 명령 체계에는 불복하지 않는다.

다행히 미사일 테스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K-19호는 귀환하기도 전에 미국 연안에 미사일 배치라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그러나 독성과 폭발하기 쉬운 액체 연료를 사용한 K-19호는 원자로 냉각기에 문제가 생겨 거대한 방사능 폭발로 이어질 심각한 상태가 된다. 대서양 한가운데서 방사능 폭발가능성에 직면한 대원들은 방사능 유출과 임무 강행으로 함장 알렉사이에게 큰 반발을 갖는다.

잠수함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진 만큼 영화의 긴장감은 시종일관 관객의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좁은 공간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죽음에 직면한 대원들의 표정을 그대로 훑어내고 미하일과 알렉사이의 심리 대결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영화의 원제 Widowmaker는 과부제조기라는 뜻. 소련 최초이자 최고의 자부심을 가졌던 K-19호에 수많은 부인들이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고 건조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사상자를 내 그 수만큼 생겨난 과부들을 말한다.

‘폭풍속으로’, ‘스트레인지 데이즈’ 등 독창적이고 파워풀한 연출력을 보여줬던 여성감독 캐슬린 비글로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10월 3일 개봉.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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