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신비 빙의 두갈래 느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0-23 17:01:1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진다면 그 사람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 ‘빙의’라는 설정은 미스테리한 느낌과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끌어낸다.

아내의 영혼이 딸에게 옮겨가고 남편의 영혼이 시동생에게 옮겨간 센세이셔널한 설정은 빙의라는 현상이 있기에 가능하다. 올 가을 빙의를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개봉한 일본의 99년작인 ‘비밀’과 25일 개봉될 우리영화 ‘중독’.

두 영화의 공통점은 행복한 부부가 우연한 교통사고에 의해 아내와 남편의 영혼이 각각 딸과 시동생으로 옮겨가고 혼란을 느끼다가 점차 사랑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후반부에서 급반전으로 모든 비밀이 드러난다는 것.

99년 일본은 물론 유럽, 아시아에서 큰 흥행을 얻은 ‘비밀’은 아내의 영혼을 가진 딸과 함께 사는 남편의 상황을 코믹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여행길에 오른 딸 모나미와 나오코는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하고 병실에 누워있는 모녀를 본 남편 헤이스케는 절망에 빠진다. 아내 나오코가 숨을 거두는 순간 그녀의 영혼이 딸에게 옮겨가 되살아나고 헤이스케는 나오코처럼 행동하는 모나미를 혼란스러워한다. 두 사람만이 간직한 비밀을 모나미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믿게 된 헤이스케는 나오코인 것을 믿고 둘만의 비밀스런 동거가 시작된다.

딸의 육체를 가진 아내를 안지 못하고 어엿한 여대생이 된 나오코의 젊음을 바라보는 헤이스케의 질투심 가득한 행동은 코믹하면서도 때론 귀엽게까지 보인다. 10대와 40대를 오가며 모나미와 나오코의 2인 1역을 소화한 주인공은 ‘철도원’에서 맑은 웃음을 선사했던 히로스에 료코가 맡아 발랄한 대학생과 아줌마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준다.

이 영화의 장점은 자칫 무겁고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을 가볍고 밝은 웃음으로 그려내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관객을 극 속으로 동화시킨다.

‘비밀’이 코믹하고 빠른 전개 방식을 택했다면 ‘중독’은 느리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내용을 전개시킨다. 연애 때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호진과 은수.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사는 시동생 대진은 단란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의 행복도 잠시 카레이서 대진이 레이싱 결승에 출전하는 날 두 형제는 같은 시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1년 뒤 되살아난 대진은 자신이 호진이라고 주장하고 은수와 10년간 대진을 짝사랑하던 예주는 대진의 모습을 찾아 주려 애쓴다.

그러나 호진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은수는 남편의 옛 모습을 발견하고 이내 대진을 호진이라 믿게 된다. 예전의 생활로 돌아온 은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어느 날 예주가 대진에게 보내온 우편물을 열어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미연, 이병헌 주연의 ‘중독’은 두 배우의 완성도 높은 연기와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호진의 아내이자 대진의 형수로 분한 이미연은 초반의 밝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후반부엔 시동생과 남편 사이에 혼란을 겪는 내면 심리를 그럴듯하게 그려낸다. 이병헌 역시 애틋한 사랑을 호소하는 서글픈 눈빛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놓는다.

이밖에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이얼, ‘묻지마 패밀리’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선영의 연기도 영화의 빛을 더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에 비해 영화의 내러티브는 확연히 쳐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복선과 반전의 계기가 불분명하고 초반부에서부터 짙게 깔리는 미스테리적인 음악은 후반부에서 약한 반전과 미스테리에 비해 튀/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