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어디로 떠나볼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1-01 16: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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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 산에는 온통 단풍이 물들고 강변마다 붉은 노을에 물든 갈대와 억새들. 먼지가 풀풀나는 들길 한편, 산길 한 자락에도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가을 분위기와 딱 들어맞고 가을을 가장 가을답게 마무리해 주는 것으로는 갈대만한 것도 없다. 흐느적거리며 휘날리는 갈꽃이 핀 갈대는 가을 볼거리의 마지막이자 그 해 꽃의 끝물이다. 별다른 꾸밈이 없이 단지 꽃 핀 갈대가
무리 지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우수에 젖게 만든다.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를 갖고 있어 장관을 이루는 충남 서천 금강변의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으로 나왔던 송강호와 남한군의 이병헌이 최초로 만났던 달밤의 갈대밭을 떠올리기에는 어렵지 않다. 이병헌이 지뢰를 밟아 북한군인 송강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장면이자 영화의 시발점이 되는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로 너울대는 갈대밭. 바로 그곳이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신성리 갈대밭이다.

이 곳은 대단히 넓다. 7만평에 규모에 200여미터의 폭으로 1km정도가 갈대로 채워져 있다. 2m에 이르는 키 큰 갈대들이 그 많은 평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 광경이 어떨지는 보지 않고도 상상이 될 법하다. 바람이라도 불면 파도치듯 흔들리며 서로를 부딪치는 몸짓과 서걱서걱 대는 소리가 잊고 지냈던 마음속 자연을 깨워놓는다.

신성리 갈대밭으로 가는 길은 다분히 고풍스런 이름의 서천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서천에서 모시로 유명한 한산을 찾기만 하면 된다. 한산에서 작은 시골길로 접어들어 논둑길을 지나면 강을 막아선 방파제에 이른다.

방파제 중간에 작은 집 한 채가 서 있는 것이 이상하다 싶어지면 그곳이 바로 갈대밭이다.

강둑에 올라서면 우선 강 쪽으로는 하얀 갈대와 억새가 반대쪽에는 누런 나락들이 절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나락이 베어지고 나면 텅 빈 들판에 누운 볏짚들 위로 뽀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입구 나무 현판에 씌어진 신경림의 시 ‘갈대’다. 이 시를 읽게 되는 것에서부터 갈대밭 산책의 재미가 시작된다.

제법 넓은 공터를 중심으로 먼저 오른쪽의 나무다리를 건너 강속으로 그림자를 드리운 갈대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 갈대밭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소롯길로 들어간다. 어디선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새큰한 콧소리도 들리지만 정작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전혀 없어도 갈대들이 서로 몸을 비비는 소리가 연인들이 속삭이는 소리같이 은근하게 들리기도 한다. 갈대밭을 거니는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늘과 갈대만을 벗해서 돌아 나오면 머쓱하니 키만 큰 시골아이들의 병정놀이 마냥 좌우로 늘어선 억새가 반긴다.

끝으로 보게 되는 억새터널은 한결같이 이어지는 갈대들의 행진에 깔끔한 마무리가 되어준다.

요즘은 서천에 전어가 한창 때다. 집나간 며느리가 전어 맛을 못 잊어 이맘때면 되돌아온다고 했던가? 신성리에서 다시 서천을 지나 대천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마량리나 춘장대 해수욕장이 있는 홍원항 쪽으로 가면 전어의 제 맛을 볼 수 있다. 특히 마량포구에는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언덕 위에 해양박물관이 세워져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준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다. 서천 IC에서 나온 다음 바로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서천시내를 통과한다. 서천시내에서는 서천역 바로 전의 오거리에서 부여,강경 방향의 29번 도로를 타야한다.

이 도로를 타고 15분 정도를 가면 한산 모시관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 조금만 가면 주유소 사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신성리 이정표를 볼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될 경우는 논산에서 연무와 강경을 지나 임천에서 29번 도로를 타고 한산으로 내려온다.
/글·사진= 여행작가 조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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