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의 정적… 겨울정취 만끽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09 17: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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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반포면 산으로 가는 여행은 아무래도 추운 겨울엔 잘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산행만이 주는 체험은 다른 계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특히 산에 가면 어김없이 보게 되는 산사(山寺)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정취를 여행자에게 준다. 이 겨울 부담 없이 등산을 하고 산사의 풍취도 만끽할 수 있는 충남 공주로 떠나본다.

▲동학사~갑사
계룡산국립공원내 ‘동학사~갑사’ 코스는 일찍부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등산코스다. 두 명찰(名刹)도 그렇거니와 올라가는 길이 쉽고 부담이 없으며 용문폭포 등 계곡이 아름답고 깊어 한겨울 산행코스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동학사나 갑사 둘 중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좋다. 동학사를 기점으로 한다면 관음봉을 거쳐 금잔디고개까지 올라가서 되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동학사 앞에 이정표 오른쪽으로 가면 남매탑-금잔디고개를 거쳐 갑사까지 4.7km 거리이고 왼쪽으로 가면 관음봉을 거쳐 금잔디고개~남매탑을 지나서 동학사로 다시 내려올 수 있다.

이상보의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의 주요 소재인 남매탑까지 올라가면 힘든 코스는 거의 다 지난 셈이다. 헬기장 표시가 돼 있는 금잔디고개에서 갑사까지는 약 2.3km 거리.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돌들이 많아 걷기가 불편하지만 힘을 좀 내면 곧 흙길이 반겨준다. 갑사로 내려가는 길은 본래 ‘春마곡 秋갑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가을의 정취가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깊은 계곡풍경과 함께 귓전을 때리는 물소리에 취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소리를 따라 내려가 보면 용문폭포가 나오고 이 곳에서부터 20분 정도 가면 갑사에 도착한다.

계룡산 산행을 마친 후 여유가 있다면 공주 공산성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공산성은 백제가 부여로 천도하기까지 반세기 이상 도읍이었던 공주에 세워진 도성으로 답사는 물론 금강을 바라보면서 산책을 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성곽의 길이가 2.6km가 넘는데다가 금서루, 진남루, 백제궁터, 쌍수정, 임류각지, 만하루, 연지(蓮池), 공북루 등 성 안에 역사의 흔적들이 도처에 있어 산성을 두루 답사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산성 밟기를 하며 공주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마곡사
또 다른 겨울산사인 ‘마곡사’는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이 사찰은 봄 경치가 수려해 정감록에 나오는 10승지 중 하나로 불린다.

그러나 사람이 붐비는 시즌을 피해 온다면 특유의 호젓함을 느낄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개천을 따라 마곡사로 올라가는 길은 평소엔 사람이 많아 장터 같은 분위기지만 겨울철에는 한적해 사색을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이 길에서부터 마곡사는 보이지만 개천이 흐르고 있어 백여 미터 가량 더 올라가서 극락교로 건너야 한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극락교를 건너면 마곡사의 본전(本殿)인 대광보전이 보이고 바로 앞에는 고려 말에 세워졌다는 5층탑이 눈에 들어온다.

또 바로 앞으로 서 있는 향나무 한 그루도 눈길을 끈다. 이 나무는 일본인 장교를 살해한 김구 선생이 탈옥 후 마곡사에 은신했다가 해방 후 이곳을 다시 찾아 심은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뒤편에 있는 또 하나의 본전인 대웅보전을 둘러보고 난 후 송림욕 코스로 등산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수백 년간 자라온 토종 송림길을 따라 은적암을 지나 태화산 최고봉인 활인봉(423m)까지 갔다 내려오면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산행의 피로를 온천으로 풀고자 한다면 가까운 유성온천을 가보는 곳도 좋다. 갑사에서 유성으로 가는 버스가 약 40~50분 간격으로 있으며 온천지구가 유성IC에서 가까이 있어 자가운전으로 가도 찾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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