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13 15: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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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웬지모를 설레임 2002년 6월 12일 수요일 맑음.
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대략 47시간의 기차 여행이 시작된다. 저녁 8시 10분에 출발을 했으니 우루무치에는 내일 모레 저녁에 도착을 할 것이다.

언제나 중국에서 기차 여행을 할 때는 중간급이 딱딱한 침대칸인 6인용을 애용해왔는데 표가 매진돼서 제일 안락한 4인용 부드러운 침대칸에 누워 이제는 해가 완전히 떨어진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흔들리는 기차안에서 벌써 벌겋게 그을린 팔뚝을 보며 실로 오랜만에 기차 여행을 하는 참맛을 느낀다.

새벽에 빗소리 때문에 잠깐 잠을 깼다. 밤새 비가 시원하게 내린 것 같은데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 때문에 하루종일 물을 끼고 살았다.

무겁지 않은 조그마한 배낭을 메고 서안 시내와 진시황릉을 잠깐 다녀왔는데 오후에는 원인모를 코피가 흘렀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기 몇 달전인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메고 무섭게 여행을 다녀도 그동안 단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잃어버린 체력을 실감한다. 안타깝다.

기차안의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핸드폰 소리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내가 아랫칸, 이장수군이 중간칸 그리고 맨윗칸 양쪽에는 미시족 2명이 누워있는데 거기에서도 조잘거린다. 지금은 팝송이 흘러나오는데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듣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중국판 팝송이다.

어제 저녁과 오늘 오후에는 대부분 서안 시내를 걸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을 보며 지내느라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 것 같았는데 기차 여행의 웬지 모를 설렘 때문에 바로 잠이 오질 않는다.

앞자리의 노부부가 정겹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몇일씩 가는 기차나 버스 여행이 바로 앞의 노부부와 같은 새로운 시간들을 주어지는 지도 모른다.

내가 묶었던 서안역 오른편의 보흥반점의 안내 데스크에 있던 눈이 큰 아가씨는 작년까지 내가 살았던 아현동 옆집의 푸추칸집 딸과 너무도 똑같아 깜짝 놀랐다.

한국의 아현동과 중국의 서안이 만만치 않게 떨어져 있는데 생김새가 이렇게 닮을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겁나게 컵라면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추억의 냄새다. 구수하게 다가오는걸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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