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14 17: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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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앞둔 중국… 거센 변화 물결 2002년 6월 13일 목요일 맑음.
25시간째 기차는 달리고 있다. 기차 여행을 통해 중국의 실크로드를 여러 번 여행을 했지만 이번 기차 여행을 통해 중국인의 빠르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안의 너무도 한산한 기차역 광장에서 기차표를 큰 어려움 없이 바로 바로 구할 수 있었으며 또한 예전 같으면 가차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마신 맥주병을 창 밖으로 던지고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들은 쟁반과 의자밑에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깨끗하다.

2008년 올림픽을 두고 중국 정부에서 단단히 계몽을 하니 따라오지 않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에어컨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침대시트와 승무원의 친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드럽다.

중국의 기차 여행을 하려면 찌든 담배 냄새와 술 먹고 포카 치는 더러운 기차 여행을 떠올리게 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흘러간 과거가 되어버린 듯 하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진심으로 바란다.

저녁 8시 45분.
서서히 저녁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장예역을 방금 출발했다.

끝도 보일것 같지 않은 기차 여행은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내가 실크로드에 관심을 가진 역사학자나 지리학자가 더더군다나 아니기에 더욱 지루할지 모른다고 했지만 그건 모르는 얘기다.

단지 기차 여행이 좋아서 기차 여행을 할 뿐이기에 더욱 기차 여행이 좋다. 몇날 몇일씩 그냥 말없이 달려가는 기차 여행은 지루함을 동반하지 않는다.

해가 지는 들녁에 양치기의 모습이 너무 좋아 침대에 드러누워 여름날에 가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창 밖의 그 어느 영화도 흉내낼 수 없는 그림 같은 아름다움이 있어 항상 기차 여행을 꿈꾸며 지금 그 꿈을 현실로 꾸고 있는 것이다.

점점 옛 오아시스로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의 담을 벽 삼아 기차는 달려가고 있고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는 저녁밥을 짓느라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들녁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들의 모습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한국 시간으로 밤 10시인데 아직 창 밖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하지는 않다.
향기로운 커피한잔을 마시며 기차 창 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이름 없는 화가가 그림 한 장 그려준다면 더없이 행복할텐데...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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