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16 18: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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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고 쌓고… 거리마다 공사 한창 우루무치에 도착하자 마자 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우루무치에는 이번이 다섯번째 여행을 하게 되는데 지금처럼 어지러운 일은 처음이다. 온통 공사투성이다.
예전의 역 광장은 없어지고 어수선한 공사판으로 변한 우루무치역을 빠져나와 시내로 걸어 내려오면서 더욱더 헷갈렸다.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듯이 높은 고가다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부분적인 공사가 아닌 우루무치 시 전체를 뜯어내고 새로운 우루무치를 건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재개발하려면 아마도 여기저기 공청회하고 주민들과 대화해야 하고 짓느니 마느니 몇 년의 세월은 시끌버끌하게 보냈을 텐데 약 1년 반만에 다시 찾은 우루무치는 벌집쑤셔놓은 듯이 건물 무너지는 소리와 둔탁한 포크레인 소리가 우루무치를 희뿌연 먼지투성이로 만들어 놓았다.

우루무치에 오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신강반점이다. 우루무치 역에서 걸어 10분정도의 신강반점은 어느새 나의 단골이 되어 웬만한 여직원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는 곳이 있다. 신강반점에서 30~40분이면 걸어서 갈수있는 신강지역 상품을 팔고있는 자유시장이다. 그런데 여기또한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재래시장으로 지독하게 양고기 냄새가 나는 꼬치구이와 만두 그리고 위그루인들의 멋진 칼들과 각종 건과류를 맛볼 수 있었고 조금은 밋밋한 카펫트를 구경할 수 있었던 먼지 자욱한 시장이 이제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또한 4월에서 10월까지 열리는 우루무치 최대의 야시장은 초라하게 작아졌으며 그 주변에 홍등가인지 미장원인지 구분이 안 갈만큼 야한 화장을 하고 손님을 불러대던 길목도 모두 사라지고 공구점과 PC방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특히 야시장의 멋진 모습들은 이제 과거가 되어버려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먼지나는 시내를 벗어나 뒷골목을 방황하다가 우연히 한국과 포루투칼과의 월드컵 경기를 후반부터 생중계로 볼 수가 있었다.

야외 식당에 켜놓은 TV를 서서 보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앉아 보라며 의자를 권했다.

조금전에 배 터져라 먹고온 양고기 만두가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다.

다름 아닌 한국의 월드컵 경기인데 미안스러움과 경기를 보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만큼 눈 딱 감고 경기를 보고 있는데 한국이 포루투칼을 1:0으로 이기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온통 투르키 계통의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거리에서 잽싸게 빠져 나올 수밖에 없는 웃기는 일이 발생했다.
오후내내 바쁘게 걸어다니며 사람 구경하느라 피곤했는데 신강반점의 폭포같이 쏟아지는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나면 온몸에 멍이 들만큼 피곤함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한국시간 새벽 03시 베이징시간 새벽 02시 신강시간 새벽 0시.
커피한잔을 마시며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우루무치 시내를 바라보며 벌써 내일을 맞는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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