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구설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무대포식으로 밀어붙이는 예산책정 행태’는 할말을 잃게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판공비 정보공개 청구를 거절한 서울시와 25개 구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시민단체가 이미 2심 째 승소하고 최종심을 남겨둔 상태며 그동안 무절제하게 낭비됐던 혈세를 되찾겠다는 납세자들의 권리찾기 의지가 충천해있는 때이기도 하다.
일부 지역 자치단체장들의 지난 판공비를 분석한 결과, ‘밥과 술’을 먹는데 사용된 판공비가 전체의 50%를 넘긴 금액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기가 막히는 사실은 판공비 용처가 특정단체를 지원하는 격려 후원금 등에 집중된 반면 복지단체(불우이웃)에 사용된 판공비는 1% 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현실이다.
이 뿐 아니라 ▲비서실 직원 챙기기 ▲개인적 용도의 각종 회비와 후원금 ▲여론동향 파악 및 정보수집 활동 ▲근거없는 선물이나 기념품 제작 ▲지구당이나 지방의원을 위한 선심성 집행 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상임위원회 세미나라고 해서 따라나섰더니 2박3일 동안 강연은 2시간이고 나머지는 모두 놀자판이더라. 문제제기를 했더니 선배들도 다 그렇게 했다며 그대로 따르라고 하더라 “
서울시의회 한 초선의원의 고백이다.
이러한 사정은 기초의회라고 다르지 않다. 경기도 시의원 역시 “처음에는 판공비가 무엇인지 몰라 쓰지 않고 있었지만 뒤늦게 알고 관행대로 쓰기 시작했다”며 “돌이켜보면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고백했다.
“식비나 경조사비 명목으로는 쓸 수 있으면서도 정작 교체가 필요한 컴퓨터를 사려하자 판공비를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업무추진비의 명목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위의 사례들은 판공비를 쓰는 측에서 혈세를 눈먼 공돈으로 전락시킨 현장의 소리다. 뭘 모르는 건가, 아니면 세상돌아가는 이치를 아예 무시할 만큼 배포가 두둑한 건가.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에는 저마다 주인이 존재한다. 돈 주인이 존재하는데 명분없이 돈을 쓰는 것은 명백한 절도행위다.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의 현실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과거와 다른 납세자의 투지를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그저 거부방침 운운하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되던 과거를 기준으로 한다면 큰 코 다친다.
그렇지 않아도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각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행여 그저 구청장 이름이나 박힌 선물이나 안겨주면 된다는 식의 기준으로 판공비 인상을 감행했다면 반드시 재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 순간의 판단부족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자초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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