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여론의 虛實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28 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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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인터넷 상에 떠돌던 ‘양심선언’ 대목으로 촉발된 대선 재검표 파문이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일로 인해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받은 상처는 만만치 않다.

서청원 당 대표는 경거망동한 처신에 대해 국민들 앞에 머리숙여 사과하고 재개표 비용으로 들어간 7억원의 거금을 물게 생겼다. 뿐만 아니라 당은 당대로 인책론이 제기되는 등 내분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파문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건 야당만이 아니다. ‘역적’ ‘역적중의 역적’등 민주당 일부 의원의 실명이 거론된 ‘살생부’가 인터넷 게시판을 떠돌며 여당을 한바탕 들었다 놓은 것이다.

검찰까지 나서 밝혀진 살생부의 진원지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정치와 무관한 평범한 네티즌이었다는 것.

그런 것을 두고 정치인들이 ‘음모론’을 제기하며 내부 범인을 색출한다고 난리 법석을 떨었다니 과히 뒤집어질 일이다.

더구나 각 의원들의 화려한 학·경력을 떠올리면 실소를 금치 못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두 인터넷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인터넷이 이처럼 과(過)만 있는 것은 아니다.

16대 대선을 거치면서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정치권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어떤 면에서 분명히 공(功)이다.

실제로 대선 이후 인터넷 언론매체 등이 두각을 보이고 있고 네티즌들의 목소리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견해를 실시간으로 교환해가며 단단한 여론층을 형성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터넷 진보정당을 표방한 국민개혁정당이 기성 정당 틈새를 비집고 얼굴을 내밀었고, 심지어 노무현당선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인터넷이라는 평가가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 대선기간 동안 인터넷 덕을 톡톡히 본 수혜자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런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그 때문일까. 새 정부 청와대 인선 중 노 당선자의 주문으로 신설됐다는 ‘국민참여수석’자리가 눈에 띤다.

이 자리에 내정된 박주현 변호사는 28일 MBC 라디오방송에 출연, “국민참여 기능은 국민과 정부간 쌍방향 의사소통 방법, 국민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는 더욱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일정한 보고체계에 의해 전달되던 여론수렴이 다양한 의견 표출이 가능한 인터넷을 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정보전달의 폭발성과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불명확한 정보전달이라는 역기능도 분명히 있다.

때문에 아무런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하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우(遇)를 범할 소지도 다분한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론 수렴자들은 이런 인터넷 여론의 허실(虛實)을 알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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