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락에 사랑 싣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06 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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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의 ‘국악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몇년 전 서양 클래식 음악 안내서인 ‘클래식 오딧세이’를 냈던 음악평론가 진회숙씨가 이번에는 우리 음악을 다룬 ‘국악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청아출판사刊)를 내놨다.

판소리 춘향가·심청가, 가야금 산조, 육자배기, 문묘제례악 등 대표적인 우리 음악과 이에 얽힌 이야기들, 예술적 의미 등을 저자의 소감과 함께 엮어낸 ‘국악 입문서’다.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덥쑥 빠져 먹든 못하고 어르르르어헝 넘노난 듯...” 저자에 따르면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의 첫 구절은 관능을 자극할 만큼 야한 내용이다. 이렇듯 야한 가사가 심원한 진양조 가락에 실려 비할데 없이 거룩한 사랑의 찬가가 되었다고 소개한다.

또 문묘제례악을 처음 보고난 후에는 ‘충격적’이었다고 소감을 털어놓는다. 문묘제례의 음악은 제사라는 형식에 철저히 종속돼 통상적인 음악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특징들을 보여준다는 것. 선율과 장단, 시작과 끝도, 클라이맥스도 없이 서로 다른 음들이 이어지는 ‘비음악성’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가야금 산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인으로 손꼽히는 함동 정월의 파란만장하면서도 비참했던 예술인생을 소개하고, 행진곡인 대취타를 언급할 때는 고종의 거동을 직접 지켜봤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의 글을 인용한다.

‘단지 우리 음악이어서도 아니고, 서양음악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어서도 아닌, 그 자체의 예술적 가치 때문에 사랑한다’는 저자의 ‘전통음악 사랑’을 그의 포근한 감수성, 인문학적 통찰력과 함께 읽을 수 있다.

저자 진회숙씨는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했으며 음악평론 외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구성작가 및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24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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