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17 17: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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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타우로 떠나는 3박4일 기차여행 특히 개울가에는 수많은 고급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이들의 모습은 지극히 가족문화 중심이었다.

옛 소련시절부터 휴일을 다차에서 보내던 습성은 아마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내일부터 또다시 시작하는 카자흐스탄의 기차여행이 불안해 보였던지 라야의 부모님께서는 바람불고 볼 것 없는 위험한 지방을 뭐 하러 가느냐며 그냥 여기 알마타에 편안히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가면 좋지 않겠느냐며 말씀하시면서 부득이 가려면 안내인을 대동하고 가라며 이번에는 구 소련시절부터 준비해 놓은 보드카를 부엌 밑바닥의 음식을 저장하는 창고에서 꺼내주시는데 맥주잔에다가 몇 잔째 보드카를 마셨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옆에 앉아있는 라야는 그 지독한 술을 뭐 하러 마시나며 퉁명스럽게 말을 하는데 구소련을 여행하면서 보드카를 이렇게 마셔버릇 하다보니 서울에서도 보드카 마시는 습성이 생겨 여행을 마치고 나서 소주를 마실 땐 맹물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따라주는 보드카를 마시고 나니 또 자정을 넘겨버렸다.

0시 이전에 자고 싶다. 알마타에서 아크타우까지 가는 3박 4일의 기차여행은 횡재한 여행이 될 것 같다.

4인승 쿠페가 없던 관계로 5인실 쁠라쉬가르뜨를 타게 됐는데 나와 잠자리를 함께 하며 여행하게 될 아래 칸의 2명과 내 옆칸의 1명이 모두 아가씨였다.

2명의 러시아 아가씨와 1명의 까작 아가씨를 비롯해 창가의 아래 칸은 의자와 테이블을 겸하고 있는 침대로써 자상한 까작 할머니 한분이 동행하게 됐다.

중국 기차와 같은 침대 열차이지만 내부 구조는 상당히 다르다.

4인승 쿠페열차와는 달리 상중하로 마주보게 되어있는 침대에 맨 윗칸 양쪽 2개와 그 위쪽에는 짐을 넣을 수 있도록 했으며 창가의 2층에도 침대가 준비되어 있어 예비용으로 사용했으며 특히 창가 아래칸의 침대는 요술침대와 같았다.

몇 번 이리저리 접으면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쪽에 2개의 의자가 생겼다가 다시 접으면 반듯한 침대가 되는데 거참 신기한 요술지팡이와 같았다.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는 19시 30분인데 벌써 저녁을 끝내고 싸가지고 온 음식을 테이블위에 잔뜩 올려놓고 먹기 시작하는데 외국인이 한사람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알마타에서 사업을 하는 카스카드의 강성철 사장과 함께 점심식사에 초대한 손님들과 한국에서도 맛보기 힘든 육개장을 든든하게 먹어서 버틸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군침만 흘릴 뻔 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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