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30 19:12:0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매혹적인 카스피해 ‘금발의 인어’ 오아시스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이라 야채나 과일값이 상당히 비쌌다.

오이 5개, 토마토5개, 사과3개, 오렌지2개 이 정도면 200뎅가 우리 돈으로 1500원 정도면 충분할 텐데 550뎅가에서 600뎅가까지 나갔으며 그 맛있는 샤슬릭이 2배에 가까운 200뎅가나 받았다.

아랫나라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나 동부지역에서 몇날며칠씩 걸려 수입 아닌 수입을 해야하니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었다.

참고 참았던 수영을 카스피해에서 감개무량하게 헤집고 다녔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란 이렇게 다섯 나라가 카스피해를 호수로 정할 건지 바다로 정할 건지에 따라 석유의 매장량이 달라지는 애매모호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을 알 리가 만무한 카스피해는 마냥 푸르고 푸른 검푸른 색깔을 띄고 나를 반갑게 맞았다.

서울에서 갈고 닦았던 수영실력이 여기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시작해 아저씨, 아줌마, 처녀, 총각 너나할 것 없이 성인이면 보드카 한잔 걸치고 수영을 하는데 우리 상식 같아선 술을 입에 대고선 절대로 수영을 하지 말라고 했건만 이들에겐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에 불과할 만큼 아가씨들은 선글라스나 화장을 한 얼굴을 가지고 아저씨들은 담배를 피워 물고 수영을 하는데 얼굴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맨 정신으로 수영해도 모자랄 판에 술에 취해 수영하는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으니 수영실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그럴 만도 했다.

어색한 수영 폼에서 수영실력 만큼은 진짜 짱이었다.

카스피해에서 금발의 인어를 보았으니 먼 훗날 다시 카스피해에서 수영할 기회가 오면 그땐 금발의 인어를 잡을 그물을 준비해야겠다.

금발 아가씨들의 보일 듯 말 듯한 비키니 수영복과는 달리 입고 온 반바지나 팬티로 수영을 하는 남자들은 내가 수영모와 수경을 끼고 수영을 하니 별것도 아닌 것이 폼만 잡고 다닌다는 시선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들의 수영실력이 워낙 탁월하니 할말이 없었다.

모랫바닥에 드러누워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바로 내 옆에서 아슬아슬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큰 대자로 누워있는 두 명의 금발아가씨 덕택에 초점을 잃어버린 내 눈동자는 방황하기 일쑤였다.

이놈의 센츄럴 아시아는 어디를 가나 매혹적인 아가씨들이 제일 문제였다.

떠나기 싫은 카스피해를 뒤로하고 호텔을 나서는데 누군가 옆에서 한국사람이냐고 부드러운 한국말로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인자하게 생긴 학자풍의 노신사였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