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4-22 17: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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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여행의 잔재 ‘피부 고민’ 알마타에서 직장을 아스타나로 옮겨와 생활을 한다는데 이 기회에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은데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젠 선풍기 없이도 잠을 잘 수 있는 곳이다.

발가벗고 잠을 자다간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잠을 잘 수 있을까!

얼굴 피부 상태가 상당히 나빠졌다. 대충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음식을 먹기 곤란할 만큼 입을 벌리기도 벅찼다. 겉피부가 시꺼멓게 타다 못해 완전히 굳어버려 갈라져 버린 그 사이로 속살이 보일 정도가 되어버리니 겉살과 속살이 따로 놀고 있었다. 세수를 해도 물기가 묻지를 않았고 스킨과 로션은 돌덩이에다가 바르는 기분이었다.

40여일간 기차여행 하면서 음식걱정 한번 하지 않았는데 음식 맛이 없어 그런 것도 아니고 얼굴 피부 관리 제대로 못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었다.

6월의 중국 기차여행 하는 동안에 그저 벌겋게 그을린 정도였던 피부가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에 그것도 영상 45도가 기본인 카자흐 서부의 사막과 스텝지역에서 욕심부리며 돌아다닌 덕분에 지금 잔뜩 고생하고 있다.

알마타로 돌아가거든 우선 카자흐스탄 트리폴 비자로 연기하고 키르키 공화국·타지크 공화국 비자를 만들어 곧 바로 또다시 기차여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은근히 걱정된다.

말로서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운 8월 달에 파미르고원과 키질 사막을 지나가야 하는데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생길 우려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센츄럴 아시아는 열차가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곳은 해발 3000m이상 되는 산을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곳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튼튼한 체력을 요구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피부로 제한을 받아서는 안될 일이다.

알마타에 도착을 하는 대로 주변 지역을 돌아볼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얼굴부터 고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서울에서 기차여행을 시작하면서 혹시나 배탈이나 설사 걱정은 했어도 피부걱정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는데 웃기는 일이 벌어져 버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통화가 되지 않았던 로자와 오늘 아침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아침에 출근을 해야하고 나는 알마타로 떠날 준비를 해야하니 서로 만날 시간이 없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목소리로 대신해야만 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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