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5-16 09: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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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체르냐예보의 ‘진풍경’ 체면이 국제버스이지 냄새나는 음식과 짐짝으로 가득했고, 에어컨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어 미직찌근한 바람이 머리위에서 짜증나게 나오고,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지칠줄 모르고 큰 목소리가 왔다갔다 하는 우즈벡키스탄의 타슈겐트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카자흐스탄의 키질로즈다에서 제즈가즈한으로 여행하면서 비포장 도로를 달린것에 비하면 타슈겐트로 향하는 도로는 너무도 훌륭했다.

푸른 초원의 들녘에 마을을 이룬 곳에서는 영락없이 양치기들이 소와 양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고 있고 송아지 만한 개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태양이 떨어지는 노을을 보며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옆자리의 라야와 함께 타슈겐트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오아시스와 같다. 13시간 넘게 밤새 달려온 버스는 이른 아침 카자흐스탄과 우즈벡키스탄의 국경선인 체르냐예보까에 도착했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는 버스였지만 직각을 이룬 의자는 밤새 엉덩이와 허리를 가만두지 않았고 목에 천둥, 번개, 지진이 일어날 정도였다. 키르키스탄과의 한산한 검문과는 달리 우즈벡키스탄과의 국경선은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그 많은 사람들중에 타직크계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이한 것은 타직크계 사람들이 가지고 들어가는 짐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웬만한 서너개의 보따리가 아니고 리어카로 한대씩 끌고 들어가는데 국경 경비대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집 들락날락 하듯이 활개치고 다니는데 몇 마디 하던 국경 경비대원도 귀찮은 듯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고 한가족에 아이들이 보통 다섯명이 넘어가는 것도 흔하게 목격 할수 있었는데 그 어린아이들의 손에도 여지없이 큼지막한 보따리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들의 무거운 인생살이 만큼이나 짐들도 무거웠다.

구 소련의 국민들을 제외한 그 밖의 외국인이 들어올 땐 넉넉한 간호사가 국경선의 바로 앞에 앉아 어디 아픈 데가 없느냐며 일일이 건강을 체크하는 재미있는 모습도 있었다. 키르키스탄에 입국할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구 소련에 입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통해 카자흐스탄에 입국하면서 작성했던 서류들을 모두 제출하고 새로운 서류를 작성하는데 늦장 부리는 국경 검문소의 직원들의 행동에 익숙한 나와는 반대로 라야는 성가스러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 모양이었다.

여권만 보여주면 일사천리 무사통과하는 라야는 배낭안의 카메라까지 일일이 체크를 하고 얼마의 돈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하러 편한 비행기를 놔두고 버스로 우즈벡키스탄으로 넘어오는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옆에 서서 대신 답해주는 라야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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