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프롬 헤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5-21 18: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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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다가온 치명적 ‘위기’ 남편의 음주운전을 알리는 전화가 경찰에서 결려올 때까지도 완벽한 결혼생활은 계속될 것 같았다. 정원에 낯선 흑인이 걸어들어 올 때만 해도 ‘위대한 남자 뒤에 있을 법한’ 여자로 남아있을 줄만 알았다.

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는 남편(데니스 퀘이드)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두 아이, ‘지역 고급 사교계의 간판스타’쯤 되는 사회적 지위 등 캐시(줄리안 무어)의 삶은 그녀의 집의 정돈된 장식장이나 깨끗이 닦여진 테이블만큼이나 흐트러짐이 없어 보인다.

변함 없을 것 같이 안정돼 보이던 그녀의 삶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은 야근한다던 남편 프랭크의 회사에 도시락을 들고 찾아간 저녁부터. 반갑게 사무실 문을 여는 캐시의 눈에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는 남편의 일그러진 얼굴이 들어온다.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면서도 게이 성향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편 프랭크역을 맡은 데니스 퀘이드의 연기나 캐시의 안식처가 되는 레이몬드로 출연하는 데니스 에이스버트의 듬직함도 이에 못지 않게 진한 인상을 준다.

가족이 붕괴될 치명적인 위기를 맞은 캐시. 하지만, 남편의 고백은 오히려 고맙다. 영화는 50년대 할리우드 멜로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기고 있다.

고정된 카메라에 틸업이나 틸다운이 중심이 되는 카메라나 오버랩으로 전환되는 화면에 그 시대 멜로영화풍의 음악이 흐르는 식. 감독은 ‘벨벳 골드마인’으로 알려진 토드 헤인즈.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이다.

상영시간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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