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5-21 18: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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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달러에 비자문제 해결 한국과 우즈벡키스탄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분으로 올 봄 맥주 한잔하고 헤어졌는데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화국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급하게 전화국을 찾을 땐 전화국도 보이질 않았다.

할 수 없이 동사무소 비슷한 업무를 보는 곳으로 들어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 수 없냐는 요청을 하자 느긋하게 차이한잔 마시던 두 사람의 러시안 아줌마는 얼마든지 전화를 하라며 선뜻 전화기를 내주는데 전화요금은커녕 나중에 신문이나 한 장 사가라고 친절을 베풀었다.

다행히 김동열 사장과 바로 전화연락이 이어져 자초지정 말을 했더니 지금 페르가나에서 업무를 보고있어 오늘 저녁이나 아니면 내일 아침에 타슈겐트에 도착한다면서 통역업무를 보고있는 빅토르에게 미리 연락을 해놓을 테니 전혀 걱정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빅토르가 일러준 엘리트 호텔의 일리나에게 전화를 하니 오비르 등록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오늘 오후 18시에 오면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사람 성질 급한 것 모르느냐며 지금 당장 달려간다고 말하자 일리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우선 와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엘리트 호텔에 도착했는데 일리나는 이만저만 늘씬한 아가씨가 아니였다.

금발의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입은 반팔 티셔츠는 젖꼭지까지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자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30달러 38,700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지금 바로 처리해 달라자 서류에다 몇 글자 끄적 끄적 적고는 코딱지 만한 종이에 오비르 등록 서류를 주고는 30달러를 가방에다 챙긴 후 앞으로 이 나라를 떠날 때까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는 끝이었다.

배짱을 부리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달러 앞에 무능력함을 보여주곤 무조건 오케이였다.

운 좋게 엘리트 호텔에 근무하는 이유로 볼펜한번 끄적 거리고 자그마치 월급의 30∼40%을 한방에 뒷돈으로 챙기는 것이었다.

그만한 미모를 유지하려면 품위유지비가 만만치 않을텐데 그런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우즈벡키스탄의 또 다른 현주소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비르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어찌나 속이 시원했던지 십년 묶은 썩은 생선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사업이 바빠 타슈겐트에 머무르는 동안 김동열 사장을 만나보기가 쉽지 않을텐데 김동열 사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골칫덩어리로 남았을 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로 돌아가거든 지마녀석을 가만두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오비르 문제가 끝난 서너시가 되서야 허기진 해를 채우려고 보니 주머니에 단돈 3,000숨 2.3달러가 전부였다.

물 한병 음료수 한 병 사먹으면 차비도 모자라는 몇 푼이 전부였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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