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특공대의 모습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행은 5명인데 숨어버렸을 까닭은 없고, 사잇길로 빠져서 짐짓 추적자를 따돌리기 위해 우회작전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두사람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도 하나의 고갯길을 돌아 올랐다. 자전거는 탁 트인 탄탄대로 위를 나는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눈 깜짝하는 사이 한남마을 초입으로 접어들었다.
그때였다. 2백m 전방에서 가물거리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아, 저 사람들 틀림없네요. 우리를 미행했던 그치들인데, 반대로 미행을 당하다니 재미있군!”
조용석이 눈빛을 빛내며 비꼬듯 말했다.
“음. 그 친구들 틀림없어, 자전거 덕분에 따라잡게 되었군, 자, 이젠 바싹 다가가지 말고 50m쯤 거리를 두어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따라가자구, 엉겁결에 쇠파이프 휘두르지 않게…”
“그래요. 아무리 애국자라 해도 특공대 기질은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경계를 해야겠지요”
두 사람은 슬그머니 자전거에서 내렸다. 빈 자전거를 끌고 하품하며 걷는다 해도 너끈히 따라 잡을 것 같다.
“저 사람들 우리 한남마을 사람이라던요? 딴 동네 사람들만 아니라면 정면으로 부딪쳐도 괜찮을텐데요? 이거 사슴이 두근거려싸서…”
“저 친구들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일세,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피해자의이름과 신분과 주소…그것뿐이라구”
“어느 마을에 사는 누굽니까? 피해자는 …”
“도선 마을에 사는 방준태라는 사실만 알아냈어. 여자의 정체는 전혀 알 수 없었구”
“어쩌면 특공대도 같은 마을 사람들 아닐까요?”
“글쎄, 곧 알게 되겠지, 모든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만사 제쳐놓고 우리가 팔자에도 없는 탐정노릇하고 있는 것 아닌가? 개봉박두일세”
“알았어요. 그런데…도선마을로 가고 있나봐요”
문제의 특공대원들은 한남마을 한 복판 대로 위를 앞만 보고 곧장 걸어가고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똑바로 걷고 있는 것을 보면, 목적지가 한남마을이 아님을 말없이 가리켜 주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지 않는가. 잠시후, 그들이 마을 뒤켠으로 사라져 갈 무렵이었다.
특공대원 하나가 대열에서 빠져나와 발걸음을 멈췄다. 맞은 편에서 다가온 한남마을 사람과 맞닥뜨리면서, 악수를 나누고 얘기를 주고받고 있지 않는가.
네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지만, 멈춰 섰던 사나이는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친밀한 사이임을 알 것 같았다. 고정관과 조용석은 더 이상 추적이 필요 없음을 깨달았다.
자전거를 세우고, 두사람은 길가 팽나무 그늘에서 땀을 닦으며 휴식을 취하는 자세로 서 있었다. 초조하고 곤혹스런 휴식이었다.
특공대원과 헤어진 마을 사람이 다가왔다. “영재의숙” 출신으로 조용석과 동기 동창인 이현석이 아닌가.
“아니, 고형과 조군! 귀성했다는 얘기 듣고도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현석은 꾸벅거리며 정중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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