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대하소설 황제의 싸움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6-25 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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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제주 4.3 民亂 (11) 웅변왕, 그 공포의 입

길잡이로 동행한 이현석은 술상을 대하는 순간, 꿀꺽 소리나게 군침을 삼켰다. 그러나 고정관과 조용석은 난감하고 곤혹스러워했다.

하릴없이 공짜 술타령이나 즐기려고 찾아온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낮부터 이에 웬 술상인가? 지금 술을 마셔선 안돼!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아니 꼭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는데, 김군은 우리의 얘기부터 들어줘야겠어!”

고정관이 몹시 당황해 하면서 험상궂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황급히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아따, 형님 왜 이러십니까? 얘긴 들으면 되지 않습니까? 두귀가 멀쩡하니까요. 물론 아침식사는 하셨을테고, 달리 대접해드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독한 술입니다. 딱 한잔씩만 하기로 하지요”

김순익이 역정내는 말투로 퉁바리를 놓았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형님!”

조용석이 고개를 꺄우뚱거리다 말머리를 꺼냇다.

“뭔데…? 얘기해보게! 설마하니 스케줄을 다음날로 미루자는 얘기는 아니겠지?”

고정관은 뻣센 목소리로 당조짐을 놓았다.

“형님은 신경과민, 그게 탈이라니까. 제가 술에 굶주려 환장한 놈으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착각이라구요. 스케줄을 미루다니 그게 있을 수 잇는 일입니까? 스케줄을 먼저 진행시키고 나서, 끝판에 술을 마시게 되면 뜻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얘기지요”

조용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조용석이가 누군가? 자네의견 존중하고 싶네, 그러면 술상에는 보자기를 씌우고 당장 회담으로 들어가기로 하세. 양해할 수 있겠소? 주인장께서…”

“형님 지시인데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불사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요. 염려놓으시지요.

그러니가 ‘선회담 후축배’다 그것 아닙니까?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김순익은 회담 내용이 궁금한 나머지 은근히 겁이 나기도 했지만, 흔쾌히 동의를 했다.

“고맙네, 다름이 아니고 우리는 지금 김군의 도움을 청하려고 찾아왔다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얼굴 없는 악당, 즉 방준태의 망령 저리가라 할 공포의 악당에게 쫓기고 있어.

오랜만에 고향산천을 찾아왔다가 어느 귀신 잡아가는 줄 모르게 비명횡사할 운명이 된게야. 자네라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있네. 도와줄 수 있겠지?”

고정관은 마치 긴꼬리를 사리고 겁에 질려 떨고 잇는 모습이 되어 애처롭게 하소연을 했다.

김순익은 어굴위에 희미하에 감돌고 있던 검은 구름 한조각을 후딱 걷어내며 불 같은 의욕과 패기가 솟구치는 남아다운 늠름함을 보여주었다.

“형님, 서론만 꺼내가지고 감질나게 굴지 마시고, 어서 본론을 얘기해주세요. 이거 가슴속에 열불이 나서 폭발할 것만 같다니까요. 감히 형님들을 넘보고 개수작부리는 악당이 제주땅에 도사리고 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꿈도 아니구…. 저의 보잘 것 없는 힘이니마 도움이 될 것 같다면 저로서는 이 잘난 목숨 초개와 같이 내놓는 데 추호도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믿어주세요!”

김순익은 주먹을 불근 쥐어보이면서 하늘에 맹세하듯, 무릎까지 꿇어가며 엄숙히 다짐을 했다.

“아우님 바로 앉게, 이렇게까지 한다면 우리는 몸 둘곳이 없지 않겟는가. 정말 고맙네.

사실은 어젯밤 협박편지를 받았어. 죽고 싶지 않으면 이달 그믐날가지 제주땅을 떠나라는게야. 안 떠나면 죽여버리겠다는 얘기지. 나 이거야 기가 막혀서…”

고정관의 목소리엔 힘이 빠져 있었고, 핏기 없는 얼굴, 움푹 파인 눈엔 패색이 완연했다.

“설마하니 한남마을엔 거물급라이벌은 없을터이고, 제주땅에서 우두머리임을 자처하는 검은 집단이 손을 뻗친게 아닐까요?”이현석이 마른 입술을 혓바닥으로 날름 축인다음. 두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참견을 했다.

“검은집단? 글쎄, 덫을 놓았으니가 금명간 꼬투리가 잡히긴 잡히겠지만, 맘을 놓을 수 없네”

조용석의 말은 탄력있게 이어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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