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대하소설 황제의 싸움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10 18:59:1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다시보는 제주 4.3 民亂 (8) 7년 가꾼 순정의 꽃

앞장을 선 괴한이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괴한의 코앞으로 이만성이 성큼 다가섰다. “놀랄 것 없잖소. 잠깐 실례하자는 것뿐인데…. 형편없는 친구들 아냐 이거!”

이만성은 코브라처럼 빳빳이 고개를 치켜들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누, 누구되십니까? 보아하니 안면도 없는 분, 틀림없는데…”

기어드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깨가 축 느러지고 아랫도리는 후들거리고 있다.

“말 좀 물어보자는 건데 떨긴 젠장! 세사람 다 동남마을에 사는 사람들이오?”

“그렇소만, 뭘 알고싶어서 그러슈? 우린 바쁜 사람들이니까 뜸들이지 말고 얘길 해봐요”

“바쁘다니? 한남마을에 또다시 원정갈 모양인가?”

“………?”

“한남마을로 제 2차 원장을 가기로 했다면 나하고 동행 하자구! 나도 한남마을로 가야하니까. 그건 그렇고, 강영범씨 집이 어디쯤이오? 그 사람을 급히 만나러왔는데…”

“강영범 선생을 만나겠다구? 누구시오 당신은…?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이오. 응?”

“나의 주소와 신분을 밝히기 전엔 그 사람의 집을 가리켜 줄 수 없다 그건가? 도대체 강영범은 어떤 사람이고, 당신들은 그 사람과 어떤 사이인가? 그 대목부터 내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소만…”

이때였다. 입을 굳게 다물고 와들와들 몸을 떨며 뒤쪽에 서 있던 괴한이 펄쩍뛰며 맨 앞에 서있는 괴한을 홱 밀어내고, 이만성의 코앞으로 뛰어들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왜 길가는 사람 붙잡고 시비야 응?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개망나니 짓 해도 무사통과 할 줄 아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나 있어? 어디 솔직하게 말해 보더라구, 설마하니 죽으려고 환장한 인간은 아닐 테지? 이거 어디서 굴러먹던…”

“내가 뭐 하는 사람이라는 거 그렇게도 궁금한가? 가르쳐주지. 날강도 잡으러 다니는 저승사자시다. 그래도 더 알고 싶냐?”

이만성은 한 손으로 삿대질을 하며 투박한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그것은 철퇴로 뒤통수를 내려친 것 이상으로, 충격과 아픔을 안겨준 폭탄선언인 셈이었다.

“보자보자 했더니 이 새끼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너 정체가 뭐냐 응!”

어깨를 들썩하더니 주먹이 날아왔다. 이만성은 기다렸던 터라 날아든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녀석의 멱살을 확 거머쥐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허공에 무지개를 그리며 휘둘러 내동댕이쳤다. 녀석은 10m밖으로 날아가 쿵하고 길바닥에 엉덩방아 찧으며 나동그라졌다.

두 번째 녀석이 육탄공격 퍼붓는답시고 비호같이 달려들었다.

녀석의 몸이 이만성의 옆구리에 채 닿기도 전에, 이만성은 바위처럼 도사리고 선채, 모로 몸을 제끼며 손가락 몇 개만을 까딱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10m쯤 데구르르 굴러가 네활개를 짝 뻗어버렸다.

이 때였다. 이만성은 손바닥을 툭툭 털고 다음동작을 준비하려는 순간이었는데…. 제 2의 육탄공격을 퍼부을 줄 알았던 세번째 괴한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뺑소니를 쳤다. 이만성은 히죽 웃고, 땅바닥에 꼬꾸라진 채 일어나려고 바둥거리고 있는 녀석의 곁으로 걸어갔다.

“일어나! 엄살 떨지 말구! 나하고 함께 가자 한남마을로!”

멱살 거머쥐고 개 끌듯 끌어당겼다. 그러나 녀석들은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며 뒷걸음질 칠 뿐 고분고분 따라나서지를 않는다. 이만성은 다시 한번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들은 또다시 10m밖으로 나가 떨어져서 완전히 서리맞은 배춧잎 꼴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이만성은 묘책이 서지 않아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발자국 소리들이 쇼킹하게 들려왔다. 뺑소니 쳤던 괴한이 우람한 체구의 사나이를 앞세우고 기세를 뽐내며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나 강영범 올시다. 우리 애들 봉변을 당하고 있다기에…어디 사시는 누구 되십니까?”

태연한 체 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점잖게 말을 걸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