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으면 화재현장에 가야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10 17: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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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호프집 화재 부상 김재국소방장 지난 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현장에서 10여명의 청소년을 구조했던 소방관이 당시 마신 유독가스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다 백혈병까지 걸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천 남부소방서 간석소방파출소 김재국(48) 소방장은 지난 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당시 현장과 가장 가까운 전동소방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중 동료 3명과 함께 맨 처음 출동했다.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2층 호프집 내부에 진입했을 때 100여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뒤엉켜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김씨는 지체할 겨를 없이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부상자를 업어서 건물 밖으로 내려놓기를 몇 차례, 상태가 위독한 학생에게는 인공호흡도 하며 10여명의 청소년을 구조할 때만 해도 자신도 병상에 앓아 눕게될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김씨는 구조작업 당시 유독가스를 잘못 마셔 임파선 결핵에 걸리는 바람에 화재참사 이듬해인 2000년 3월 휴직계를 내고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2월에는 급성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까지 받게됐다.

장기간의 투병생활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가지만 김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

옷 수선가게에서 일하는 김씨 부인의 월급 100만원은 치료비를 충당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적은 돈이어서 가산을 탕진한 채 빚더미에 앉으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고3 수험생인 아들도 대입수능시험을 포기하며 취업을 선택할 정도로 김씨의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히 김씨는 지난 6일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누나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고 수술경과가 좋은 편이어서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씨는 “몸은 비록 병상에 있지만 건강만 되찾으면 다시 화재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 뿐”이라며 “도움을 주신 주변 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병마를 떨치고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인천=문찬식 기자 mcs@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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