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백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25 19:24:2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상사-부하 한통속 ‘뇌물잔치’ 교량보수공사와 관련해 S특수건설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 등 21명을 적발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5일 수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간 큰 공무원들’의 무모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행태는 남들이 볼까봐 은밀한 곳에서 마음을 졸여가며 돈을 주고받던 ‘뇌물비리 고참 공무원’들을 무안하게 할 정도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경북 상주시청 과장·계장들의 뇌물유혹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김모(55) 국장으로부터 비롯됐다.

김 국장은 지난 2002년 11월18일 직원들과 S특수건설 관계자 등 12명이 모인 D식당에서 참석자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10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작년 1월13일에는 상주시 A복집에서 부하 과·계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15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김 국장이 뇌물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워낙 태연하게 행동해 업체 관계자들이 오히려 걱정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업체 관계자가 작년 1월 “직원들 앞에서 이래도 되나”라며 `돈 쇼핑백’을 건네자 김 국장은 “직원들은 괜찮아요”라며 받았고 동석했던 김모 계장이 쇼핑백을 넘겨받아 시청까지 들고갔다는 것.

상사의 뇌물수수 행태는 부하 간부들에게 그대로 전수됐다.

김 국장을 대신해 쇼핑백을 들어준 김 계장은 작년 3월 직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600만원을 받았고 최모 계장도 그 해 2차례에 걸쳐 450만원을 받았으며 7급인 오모(46)씨도 3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챙겼다.

흙탕물인 윗물이 아랫물을 철저히 오염시켰던 것이다.

원주국토관리청 산하 정선국도유지건설사무소장인 최모(47)씨는 이들보다 한술 더 떴다.

경찰이 S특수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시작한 작년 10월께 최 소장은 자신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난달 16일 D건설업체 사장 한모씨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다 암행감찰을 벌이던 국무총리실 합동점검반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지난 20일 보석으로 풀려나온 뒤 3일만인 23일 다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조사를 받게 된 최씨는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을 알고도 또 받았느냐”는 수사관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며 시인하는 듯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건설본부 이모(47) 계장의 뇌물수수 수법도 결코 간단치 않았다. S특수건설 직원 황모씨가 지난 2002년 7월 사무실로 돈을 가져오자 자신의 자동차 열쇠를 내주며 “차에 실어놓으라”고 했던 것.

황씨가 이 계장 자동차 부근에 주차돼 있던 다른 차량에 돈을 잘못 싣자 “내 차에 다시 실어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주시청 김 국장은 뇌물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직원 2명도 범죄 혐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건설본부 이 계장도 “평소 알고 지내던 박 회장의 부하 직원이 ‘드릴 게 있다’며 찾아왔기에 ‘지역 특산품이라도 주려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차 열쇠를 줬을 뿐이다. 돈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고 ‘내 차에 다시 실어놓으라’고 한 적도 없었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적발한 건 S특수건설에서 2003년 1년 동안 뿌린 뇌물 7200만원 뿐인데도 이 정도였다.

요즘 뇌물 주고받는 행태는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이승철기자 lsc@siminnews.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