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문. “나, 떨고 있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03-18 01:0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진영 의원의 입각으로 '무주공산'이 되는 서울 구로을과 용산에 친문(친 문재인) 핵심 인사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등 민주당의 친문색채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내 대표적인 비문계 인사인 박 의원과 진 의원은 3·8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까?

먼저 구로을부터 살펴보자.

이 지역은 그동안 중소벤처기업장관 후보자인 박영선 의원이 기반을 다져 놓은 민주당 ‘텃밭’으로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인식될 정도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에서 민주당으로 돌아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직을 맡게 될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양 전 비서관이 민주당 총선 전반의 기획·전략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자신도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그러자면 비교적 손쉬운 구로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양 전 비서관이 구로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이 지역과 인연이 있다는 점도 구로을 출마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은 어떤가.

이 지역은 일찌감치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점찍은 상태다. 실제로 권 전 관장은 청와대를 떠날 때부터 용산 출마 의지를 보여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 박 의원과 진 의원의 입각을 친문 핵심인사들의 내년 총선출마를 위한 ‘교통정리’로 보는 이유다. 입각을 명분으로 했지만 결국은 ‘비문 밀어내기’를 통한 ‘친문 끌어안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두 지역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6선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키고 있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는 정 전 의장의 출마의지에도 불구하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설이 계속 흘러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은 '조만간 종로로 이사할 계획'이라며 "종로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마친 뒤 소위 ‘정세균 사람’으로 분류되는 비문 인사들이 제대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견제를 받는다는 말이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이는 임종석 전 실장의 종로 입성설과 연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민주당 중진의원 지역에 '새 얼굴'이 대거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7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이해찬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3선 이상 중진 물갈이'에 부담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진’ 가운데는 친문인사들보다 비문인사들이 더 많다.

결국 ‘중진 물갈이’는 사실상 ‘비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면 그 자리를 누가 채우게 될까?

아마도 일부는 현재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문 핵심 인사들이 채우겠지만 나머지 상당수는 정치 경험이 없는 ‘새얼굴’로 채워질 것이다. 그 새얼굴들이 바로 ‘신(新)친문’ 세력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결국 민주당의 친문색체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지금 민주당내 비문 인사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당내 비문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쩌면 지난 총선에서 비문 인사들이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사태와 같은 현상이 재연될지도 모른다. 특히 제3지대에 이미 바른미래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위험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비문 진영의 탈당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자신이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란 판단이 들면 비문 인사들은 망설임 없이 탈당을 결행하게 될 것이다. 즉 민주당에서 분당수준의 탈당행렬이 이루어질 것이란 뜻이다. 비문을 밀어내고 친문을 끌어안는 민주당의 ‘순혈주의’는 그래서 위험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