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같은 가짜커플 시청자들 알쏭달쏭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7-08 19: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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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 현실감 없지만 ‘스타’ 일상모습 노출 흥미진진 샐러리맨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의 24시간을 생방송하는 ‘트루먼 쇼’는 최고 시청률을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평범한 개인의 일상에 불과하지만 연출되지 않은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영화 ‘트루먼 쇼’(1998)다. 영화 속 ‘트루먼 쇼’의 인기는 무방비 상태의 한 사람을 몰래 들여다보는 관음증이 바탕이다. 유행 중인 리얼 버라이어티 TV 프로그램들의 성공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의 노출은 신체적인 것이든 생활의 영역이든 흥미진진한 관심사다.

MBC를 대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두 편은 ‘무한도전’과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다. 연예인들의 꾸미지 않는 모습과 돌발적인 에피소드들을 담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리얼리티 쇼라는 형식을 제외하면 그러나 두 프로그램은 여러 모로 다르다.

‘도전’이라는 광범위한 콘셉트로 매회 다양하고 엉뚱한 미션을 수행하는 ‘무한도전’은 엿보기 심리 면에서 ‘우리 결혼했어요’를 넘어서기 어렵다. 스타의 연애와 결혼, 가정생활이라는 은밀한 소재로 시청자는 끌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는 리얼리티에서 ‘무한도전’에 뒤진다. ‘무한도전’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캐릭터 본연의 특색을 끌어내는 즉흥성이 강점이다. 반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처음부터 만들어진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웠다.

로맨틱한 ‘알렉스-신애’, 귀엽고 아기자기한 ‘앤디-솔비’, 개성 강한 ‘크라운제이-서인영’, 터프한 연상녀와 4차원 연하남 ‘황보-김현중’등으로 미리 설정했다. 시청자들이 상황을 지켜보며 의외의 구석을 발견, 스스로 캐릭터화 하는 과정을 차단했다.

게다가 ‘우리 결혼했어요’중 남녀관계는 허구다. 부부도, 애인 사이도 아니다. 1주에 하루를 카메라 앞에서 함께 할 뿐이다. 소소한 일상도 없다. 웨딩촬영, 여행, 집들이 등 날마다 이벤트다. 진짜 부부라면 고심해야 할 경제 문제나 육아, 가사 분담 등은 외면한다.

출연자 사이의 실제 친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무한도전’과 다른 점이다. 커플들의 관계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진지함에 빠지는 자체가 유치하게 느껴진다. 검은 천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해도 ‘어차피 거짓’,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은 망각될 수 없다. 슬슬 지루해지는 순간이다.

제작진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미션 아이디어 등을 공모하고 나섰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도 방송이다. ‘트루먼 쇼’같은 몰래카메라가 아닌 이상 카메라 렌즈를 덮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소재는 리얼 쇼로서는 최상일 수 있다. ‘리얼’이 불가능하다면 보는이가 다른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완벽하게 속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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