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 과학적 연구로도 증명된 이 가설이 드라마를 통해 재입증되고 있다. 성격이 모나거나 버럭 화를 내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비쳐지는 이유도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
MBC TV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민용’(최민용)이 까칠한 나쁜 남자의 대표주자다. 무성의한 말투, 배려가 서툰 캐릭터로 ‘까칠 민용’이란 수식어까지 얻었다. 로맨틱한 행동을 하면 닭살이 돋는다며 손사래를 치고 기념일, 이벤트를 꼬박꼬박 챙기는 남성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거니, 체념한 순간 속 깊은 배려가 발휘된다. 10번 여자의 속을 애태울지언정 1번 잘했다. 나중에 제시된 정보가 인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심리학 용어 ‘신근성 효과’(최신 효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겉은 차가울지 몰라도 속내는 누구보다 따뜻할 것이란 인식을 심었다.
SBS TV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이범수) 역시 나쁜 남자로 요약된다. 뭐 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법이 없고, 소리부터 내지르는 무뚝뚝한 인물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할 때도 ‘버럭’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인기 캐릭터 ‘버럭 범수’의 탄생 배경이다. 연인 ‘봉달희’(이요원)를 생색내서 돕는 대신 뒤에서 묵묵히 지켜본다. 시종일관 무표정이지만 이따금씩 환하게 미소 지으며 여심을 녹였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말투와 행동에서 오는 부정적 선입견까지도 말끔히 털어낸다.
최근 신종 ‘나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MBC TV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사진)가 나쁜 남자의 계보를 잇는다. “여러분이 들으신 음악은 쓰레기입니다”, “똥 덩어리 치워라” 등 어록을 탄생시키며 나쁜 남자 절정을 꿰찼다. 한 마디로 ‘괴팍한’ 지휘자다.
강마에는 무쇠로 만든 심장을 지닌 사람처럼 보인다. 칭찬에 인색하고, 남을 무시하는 데 일가견이 있어 나타나면 모두 모두 벌벌벌 떤다. 욕먹고 싶지 않으면 비키는 게 상책이다. 그러다가 돌변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무시하는 시장에게 “내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을 무시할 권리는 오직 나에게만 있습니다. 내 사람이에요!”라며 모든 책임을 떠맡는다. 일순간, 감동의 물결이 퍼진다.단원들의 표정은 시청자들의 반응과도 엇비슷하다.
이들 나쁜 남자 캐릭터 배경에는 숨겨진 공통점이 존재한다. 상대 여주인공 캐릭터가 놀랍도록 닮았다는 점이다. 어리바리, 덜렁이, 실수 연발, 캔디 증후군이란 교집합이 포착된다.
까칠 민용의 상대역 ‘서민정’은 길을 걷다 스스로 곧잘 넘어지고, 버럭 범수 안중근의 상대역 ‘봉달희’는 잘 나가다가도 한 번씩 사고를 저지른다. 강마에를 오케스트라로 끌어들인 ‘두루미’(이지아)는 시작부터 3억원을 사기 당한 피해자다. 그래도 밝고 활달하다.
상대적으로 나쁜 남자는 필연적으로 치밀하다. 의사 안중근과 지휘자 강마에가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는 점은 나쁜 남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체육교사 이민용이 누구처럼 시도 때도 없이 넘어지리란 추측은 힘들다.
나쁜 남자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여성 팬터지의 변종 형태로 풀이된다. 꽃미남, 재력가, 로맨티스트로 대변되던 ‘왕자님’이 현실적으로 반영, 나쁜 남자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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