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조(32)는 잘생긴 외모로 많은 것을 용서받는 배우다. ‘거지꼴’의 놀림감 의상도 오다기리가 몸에 걸치는 순간 ‘거지 스타일’로 탈바꿈한다. 눈 아래 드리워진 어둠은 ‘다크서클’이 아닌 ‘우수’로 표현된다.
오다기리가 맡은 배역 중 범상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변태 검객, 동성애자와 같은 독특한 캐릭터들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말할 때 둘째 가라면 서러울 김기덕(48) 감독과의 만남은 천명일 수도 있다. ‘외계인’ 분위기의 이나영(29)과 연기하게 된 것도 필연이라면 필연이다.
오다기리의 첫 한국영화 ‘비몽(悲夢·Dream)’이 극장에 걸렸다. 이나영은 한국어, 오다기리는 일본어로 대화하는데도 기묘하게 말이 통하는 설정이다. 두 배우의 외모 만큼이나 몽환적이고 독특한 영화다.
오다기리는 이나영을 영화 ‘영어완전정복’이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큰 뿔테에 일(一)자 앞머리, 정직한 영어발음으로 웃음을 줬던 영화다. “정말 귀여웠다. 이게(비몽) 귀엽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영어완전정복’ 때와 달랐다. “(첫 인상이)어두워 보였다”는 고백이다. “서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죄책감을 덜었다. ‘비몽’을 촬영하면서도 둘 사이의 서먹서먹함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대화가 없으면 쭈뼛쭈뼛한 게 인간 심리지만, 둘은 고요와 적막을 어색해하지 않았다. “말할 게 있으면 말을 하지만, 분위기가 꼭 무리해서 말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별로 안 친한가 보다’는 질문에도 “그렇게 친하진 않다”고 수긍했다.
이게 다 김기덕 감독 때문이다. 배우들에게 친해질 시간까지 줄 만큼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한가하지 않다. 김 감독의 영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속전속결 제작방식’인 이유다.
김 감독도 인정했다. “서로 얘기할 시간이 없었을 거다. 13회 차였나, 워낙 빠른 시간에 찍고 틈이 없으니까 쉬는 시간에도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며 “어떻게 보면 둘이 친해지지 못한 게 내 잘못이다. 촬영 막바지에도 거의 얘기를 안하더라”고 증언했다.
영화 내용상 어쩔 수 없었다며 변명하기도 했다. “상대의 꿈 때문에 불행한 관계에 놓이게 되는 극 내용상 서로 거리감이 있어야 했다”는 이유를 갖다 붙였다. “(오다기리는) 훌륭한 연기자다. 보통 연기자 같으면 사심으로 친한데…”라며 웃기기도 했다.
둘의 서먹했던 관계는 키스 신을 촬영한 뒤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차 안에서 오붓하게 둘이 처음으로 얘기하는 걸 봤다. 그때 이후로는 조금씩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는 김 감독의 관찰담이다.
대신 오다기리는 김 감독과 쿵짝이 잘 맞았다. “일본에는 없는 스타일의 감독이라 정말 관심을 갖게 됐다”, “감독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웠다”, “거의 매일 같이 놀아서 정말 친해졌다”며 반복, 칭찬했다.
기회가 되면 김 감독의 영화에 또 출연하고도 싶다. 이 말을 들은 김 감독이 냉큼 “가지 말고 내일부터 찍자”고 제의했다. 이번에는 오다기리 조가 바쁘다며 튕긴다. 중국에 가야 한단다. “핑계가 많다….”(김 감독)
중간에 낀 통역사가 둘의 대화를 옮기느라 정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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