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없었지만 ‘새 트랜드’ 열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1-16 16: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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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 제조기 ‘베바’ 화려한 퇴장 MBC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인기는 신기(神奇)에 가까웠다.

환경으로 보면 SBS TV ‘바람의 화원’, KBS 2TV ‘바람의 나라’와 맞붙으며 고전했다. 수치상으로는 시청률 20%를 넘긴 적이 없다. 흔히 말하는 대박 드라마의 조건에 뭐든지 미달했다.

그런데도 12일 마지막회까지 ‘베토벤 바이러스’로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시청률 데이터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이슈가 존재했다. 운 좋은 인기가 아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선전은 의외이기는 하되 예외는 아니었다.

우선, 강마에 바이러스가 누리꾼들을 전염시켰다. 강마에 신드롬, 클래식 열풍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력을 뿜었다. “똥덩어리!”, “너희들은 내 악기야”란 독설 대사들은 패러디 채널을 통해 재생산, 가공됐다. 클래식 음악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조연들은 고명 노릇을 톡톡히 했다. 드라마에 비타민으로 작용했다. 쥬니, 똥덩어리, 치매 할아버지, 밤무대 연주가 등 캐릭터의 특징을 핏줄까지 그려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들러리를 서온 ‘주인공 엄마’, ‘주인공 친구’, ‘주인공 오빠’들에게 개성을 부여했다. 이들 조연의 주인공 같은 삶을 드라마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채롭게 구현했다.

드라마의 뻔한 흥행 공식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시청자들을 붙들 수 있다는 사실을 거짓말처럼 확인했다. 선정성, 폭력성이 난무하고 불륜이나 복수가 꼭 들어가는 상업 드라마들에게 본때를 보였다. 거센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볕이 외투를 벗길 수 있다는 우화가 이 드라마의 인기를 설명한다.

불륜, 출생의 비밀 따위 없이도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일깨운 셈이다. 천정부지로 솟는 주인공들의 몸값에 맞추려고 조연을 생략해버리는 현행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도 경종을 울렸다. 동시에 ‘음악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렇듯 다양한 백신을 주고 떠났다. 뮤지컬 드라마 등 새로운 장르 개발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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