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자 데뷔… 송승환과 함께 ‘다이사트’역 연기도 정태우·류덕환 ‘앨런’역 더블캐스팅… 오는 12월1일 개막


말 6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16세 소년 앨런의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에쿠우스’가 무대에 오른다.

영국 작가 피터 셰퍼(83)의 1973년 동명 작품이 원작이다. 1973년 영국 초연 당시 살인, 섹스 같은 파격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전라 연기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1975년 극단 실험극장 개관적으로 국내 초연됐다.

2008년 미국 공연 당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20)가 ‘앨런’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탤런트 조재현(44)의 연출자 데뷔작이다. 조재현은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로 출연도 한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53)이 ‘마틴 다이사트’를 번갈아 연기한다. 탤런트 정태우(27)와 류덕환(22)이 ‘앨런’을 맡았다. 앞서 조재현(1991·2004)과 송승환(1981)은 ‘앨런’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조재현은 26일 “연출자라는 직함에 욕심이 난 것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1991년도 당시 출연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에쿠우스’라는 작품이 내 안에 남아있었다”며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출을 맡은 것이지 연출을 하고 싶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공연된 ‘에쿠우스’가 다소 어렵다고 느꼈다. 이번에는 관객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끔 번역 작업이 진행됐다. 그렇다고 가볍게 만든 것은 아니다.”
최근 조재현은 브로드웨이에 가서 직접 ‘에쿠우스’를 관람하고 왔다. “영국의 20대 초반 여자 연출가가 만들었는데 너무 여성적인 감각으로 다가간 것은 불만이었다”며 “극의 마지막 부분에 ‘앨런’과 ‘다이사트’가 교감하는 부성애 같은 느낌은 좋았다”고 평했다. “현재 대한민국에 맞는 연극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조재현은 기존의 ‘에쿠우스’와 달리 무대를 단순화하고 말머리 표식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특히, ‘앨런’과 ‘다이사트’와 관계에 묘한 느낌을 불어넣어 차별화를 둘 생각이다. “앨런과 다이사트 사이에서 동성애적인 맥락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송승환은 “국내 초연 당시 ‘에쿠우스’를 보고 평생 배우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1981년 당시 ‘앨런’역으로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무척 기뻤고 설레였다”고 털어놓았다. “연습을 하는데 아직 마음이 ‘앨런’에 가 있는지 ‘앨런’ 대사가 계속 눈에 들어오더라. 28년 만에 출연하게 됐는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많이 보인다. 그 만큼 ‘다이사트’ 매력도 느껴진다. 현재 한국에서 살아가는 40~50대의 일상적인 고민을 녹여내고 싶다.”
정태우는 “송승환 선배는 28년 만에 ‘에쿠우스’에 출연했지만 나는 태어난 지 28년 만에 ‘에쿠우스’에 출연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의 완전판이자 종합판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앨런이 폭력적인 인물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납득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류덕환은 “난폭한 앨런이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열여섯살짜리 소년이라는 사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최근 카이로 국제실험연극제에서 연극 ‘맥베드’로 대상을 받은 연출자 김낙형씨가 협력연출한다. 김씨는 “송승환이나 조재현이 ‘에쿠우스’에 애정이 많아서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며 “에쿠우스라는 대본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14개월간 9편을 무대에 올리는 ‘연극열전 3’의 개막작이자 극단 실험극장 창단 50주년 기념공연이다. 12월1일부터 2010년 1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에서 볼 수 있다. 2만~4만5000원.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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