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쉽고도 어려운 미술품의 마케팅

김유진 / / 기사승인 : 2010-02-16 16: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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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금융 마케팅을 하고 있는 구 모씨는 미술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늘 그림 몇 점쯤 갖고 싶다 생각하고 있지만 경험이 없어서 차일피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큰맘 먹고 인사동에 들렀다가 의외의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 같은 사람은 열에 아홉쯤은 작품 구매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화랑 관계자들의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매를 하도록 충동질하는가 하면, 작품에 대한 어려운 예술 관련 용어들을 쏟아놓는 바람에 잔뜩 주눅이 든 것이다.

미술품 구매 욕구는 둘째 치고, 훨씬 큰 자극으로 받은 것은 ‘무식’ 혹은 ‘불이해’였다. 자신은 미술을 거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뭘 물어볼 만한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구매자로서 판매자에게 되물어 보는 것 자체가 실례로 느껴졌다고 한다.

“생각해 보세요. 내가 내 돈 주고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판매자가 더 높게 느껴진다면 사고 싶겠냐구요. 미술 작품을 팔거나 사거나 할 때는 작가가 누구냐를 따지잖아요. 즉 브랜드마케팅을 한단 말이에요. 기업은 제품을 팔지만 소비자는 브랜드를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나와 브랜드를 동일시하려는 욕망인데, 내 자신이 초라하고 사소하게 느껴지니 그림을 사고 싶겠습니까.”

그러면서 그가 한 말을 대충 다음과 같았다.

미술품에 대한 마케팅은 일반 마케팅과는 다르다.

어느 정도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든 미술품 가격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환금성과 브랜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브랜드마케팅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목표 시장이나 고객의 선정이다.

목표가 정확하면 브랜드는 먹힌다.

화랑이라고 하는 곳에서 작품 가격을 묻는 순간 이미 목표 고객이 선정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화랑은 고객을 찾아가기보다는 찾아오는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판촉 전략은 이미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광고 기법이나 유통 전략은 생략된다.

손쉬운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작품의 성향이나 작품 이미지 등을 고객에게 명확히 인지시키는 전략이다.

다른 화랑이나 경매에서 비슷한 작품이 얼마에 판매되었다는 것을 인지시킨다.

가격의 벤치마킹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만 명확히 인식시켜주면 판매는 이루어진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브랜드가 형성되지 않은 작가들이 문제다.

이 경우에는 작가보다는 유명 경매회사나 유명 화랑이 브랜드로 작용하기 때문에 화랑의 브랜드를 격상시키는 방법이 좋다.

셋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이다. 다시 말하면 작가의 작품 성향과 예술관을 구매자와 일치시키는 방법이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성향과 상반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며 자신과 동일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술은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명품브랜드다.

명품을 가진 사람은 명품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명품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없다.

소수에게 고부가 가치 상품이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방법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마케팅 역시 창작의 영역이다. 새로운 기법들이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미술에 관한 다양한 문제 중에서 가장 독창성을 발휘되지 않고 있는 곳이 마케팅이다.

그림설명=고찬규, 삶-그 이면. 42x62. 한지에 채색.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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