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못 잊을 영친왕 전하의 추억”"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2-21 19: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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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비 이방자 여사 친필일기 공개 “미혼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신년이다. 왠지 모르게 즐거운 마음도 들고 또 아쉬운 마음도 든다.”
리 마사코(1901~1989·李方子)가 약혼자인 영친왕 이은(1897~1970·李垠)과의 결혼을 앞둔 1919년 첫날인 1월1일자 일기에 적은 내용이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18일 박물관에서 영친왕비 친필일기 1첩을 비롯해 편지 39통, 엽서 121매, 사진 514매와 기타 영친왕의 수첩, 다큐멘터리 필름 등 영친왕가 관련 희귀자료 700여 점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가 1919년 1월1일부터 같은 해 12월31일까지 136일간 쓴 130쪽 분량의 일기가 공개됐다.

같은 달 21일 일기에는 “오후 1시, … 비보(悲報), 생각하지 못한 비보가 내 귀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경성에 계시는 이태왕(李太王) 전하께서 뇌일혈로 오전 1시35분에 발병, 오전 7시50분에 중태에 빠지셨다는 보고였다. 아아, 지금까지의 기쁨은 이내 슬픔으로 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로 인해 결혼식은 연기됐다.

1919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에는 “내 마음에 가장 깊이 남은 즐거운 추억은 오직 전하께서 오셨을 때의 기억이다. 이것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상이다. 이것은 올해가 아니면 맛볼 수 없었다. 슬픔이 변해서 기쁨이 됐던 것이다. 이것은 두 번, 세 번, 몇 번이라도 거듭해 가야 할 즐거움이다”고 썼다.

결혼을 앞둔 신부로서의 설렘과 약혼자 영친왕에 대한 연민, 결혼식을 나흘 앞두고 발생한 고종 황제의 승하와 그로 말미암은 결혼 연기, 영친왕의 고국 조선에 관한 호기심과 관심 등이 기록돼 있다.

이 유물들은 2008년 12월 재일동포 하정웅씨가 주일본한국대사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후 문화재청은 주일본한국대사관에게서 유물들을 환수,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연구 중이다.

편지 39통은 국문·국한문·일문 등으로 작성됐다. 엽서 121매는 영친왕비의 가족에게서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조선 왕실의 덕혜옹주와 의친왕의 아들인 이건·이우와 그 부인들의 안부문안 엽서 등도 포함됐다.

사진 자료 가운데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을 모시고 서북순행(西北巡行)하는 사진 63매, 덕수궁 석조전과 정관헌 내부 등 궁궐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 당시 영친왕비의 주변 인물 사진 등이 있다.

영친왕과 영친왕비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결혼, 결혼 후의 한국방문과 유럽여행 등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8㎜영화 ‘흐르는 세월’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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