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지명자 김태호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지 않더니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도지사 시절에 있었던 이런저런 행적이 도마에 오른 데다 박연차씨와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김 전지사가 말을 자주 바꾼 것을 두고 총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말한다면 대운하와 4대강의 경우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운하와 4대강에 대해 현 집권세력이 말을 자주 바꾼 것을 생각하면 김태호 지명자의 말 바꿈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할 정도다. 위장전입과 마찬가지로 말 바꿈의 원죄도 그 뿌리가 다르지 않다고나 할까.
경부 대운하, 그리고 이것을 확장한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국운(國運)이 융성해 진다고 하면서 운하 건설에는 국민세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강바닥에서 골재를 채취하면 엄청난 운하 공사비를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외국인은 한국의 강바닥에는 사금(砂金)이 깔려 있나 보다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독일은 도나우-라인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예산을 썼는데 한국은 세금 한 푼 안 쓰고 운하를 건설한다니 신기루 같은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운하를 건설하면 국운이 융성한다고 하면서 운하로 물류 혁명을 이룬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운하로 운송할 물자가 무엇이냐고 묻자 답이 궁색해 졌다. 사통팔달 건설된 고속도로를 통해 문 앞까지 트럭이 오는 세상에서 운하로 무엇을 운송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희한한 이야기였다. 경부 운하로 오는 배는 갑문을 여러 개 거쳐서 험준한 산맥을 넘는다고 하다가 어느 새 슬그머니 산맥 아래로 터널을 뚫는다는 말도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하로 운송할 물자가 없어 보이자 운하는 물류 운송이 아니라 주로 관광용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오래된 프랑스의 미디 운하나 영국의 고만고만한 운하에 유람선 바지가 다니니까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빨리 가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1주일이 더 걸릴 운하 유람선 바지에 누가 타고 다닐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운하 건설로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니 어떠니 하기 전에 3면이 바다이고 좁은 국토에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우리나라에 운하를 건설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그런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발상을 실현시키겠다고 이리저리 말을 바꾼 사람들이 현 집권 세력이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강이 모두 다 죽게 됐다면서 강을 살린다고 포클레인 삽질을 하고 시멘트를 퍼부으면서 내 세운 명분은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였다. 홍수를 막고 물 공급을 늘린다면서 4대강 하천변의 토지를 국민세금으로 사들이고 평화롭게 농사를 지어 온 농민들을 쫒아 냈다. 그러더니 이제는 4대강 사업의 목적이 하천 유지용수를 공급이라고 간단하게 말을 바꾸었다.
강바닥을 파서 물을 담아 놓아도 그 물을 쓰겠다는 곳이 없으니 이제는 하천유지용수라고 둘러 대는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하천유지용수는 하천에 물이 흐르게 해서 하천 생태계를 살리자는 것이지, 하천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집으면서 물을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니다. 이런 끝없는 말 바꿈과 궤변의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 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4대강 사업에서 고위공직자 임용에 이르는 현 집권세력의 문제는 그들이 정직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다. 정직하지 않은 집단은 자신들이 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이들은 말을 자주 바꾸고 끊임없이 궤변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요즘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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