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여주’가 아니다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2-22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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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구제역은 4대강 공사가 한창인 여주도 강타했는데, 여주를 흘러가는 남한강 가까운 지점에 돼지 사체를 무더기로 적당히 매립했다고 해서 언론의 주목을 사고 있다. 그런 소식도 있고 해서 지난 주말에 여주를 둘러 볼 기회를 갖았다.
사실 구제역 가축 사체 매몰로 인한 환경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하수 오염과 토양오염은 물론이고, 하천 가까운 곳에 매몰한 경우는 지표수도 위협할 수 있다. 농촌 곳곳에 상수도를 설치하는 데도 엄청난 예산이 들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농촌과 산간 마을에 상수도 보급을 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예산이 너무 들어서 항상 예산 순위에서 밀려서 그리 된 것이다. 자기 땅에 자기가 기르던 가축을 무더기로 매몰 처분해서 비릿하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상황임에도 농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어 그대로 살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구제역은 쓰고, 4대강은 침묵
조선일보가 의외로 구제역 돼지 매몰지점이 한강 상수원을 위협한다는 보도를 1면 기사와 사설로 연일 크게 쓴 탓인지, 웬만해선 정부에 부담을 주는 기사를 안 쓰는 동아일보도 이 문제를 다루었다. 지난 주 중에도 조선일보 외에도 MBC, SBS가 여주를 취재해 갔다고 하는데 이번 주에 얼마나 보도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여주에 와서 구제역 발생한 곳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런 탓에 취재 기자들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여주환경연합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어느 도로로 오던 간에 여주에 들어오면 보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 있으니 4대강 공사를 빙자한 무지막지한 자연파괴와 그 덕분에 생겨난 모래 산맥이다. 이런 것을 보고도 모르는 체 하는 언론을 과연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정말 생각해 볼 일이다.
여주에는 보가 세 개가 건설 중에 있다. 한 개의 시, 군에 세 개의 보가 설치되는 경우는 여주뿐이다. 따라서 여주만큼 4대강 파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자체는 없다. 여주는 남한강을 따라 생긴 농업지역이고, 아직도 농업이 주된 산업이다. 서울의 베드타운이 되기는 너무 멀어서 외지인도 거의 살고 있지 않고 인구는 20년째 그대로이다.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홍원창’, 넓은 천연의 하천 천변 습지인 바위늪구비, 강천마을 강변 등이 절경으로 뽑혔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든 것이 흘러간 ‘전설’이 되고 말았다.
‘MB 산맥’
실로 엄청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하천을 폭파해서 퍼 올린 모래와 바위 덩어리가 여주 곳곳에 거대한 산을 이루고 쌓여 있다. 워낙 넓게 쌓아 올려서 멀리서 보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면 엄청난 높이임을 알게 된다. 높고 길게 쌓은 모래더미가 산맥을 이루고 있어서 이를 ‘MB 산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 산맥이 하도 많아서 여주 전체가 ‘MB 산맥’으로 짓눌려 있는 형상인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라면 어느 사막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다.
천연 습지가 있었던 강변은 포크레인으로 후벼 파서 깊어 졌는데, 겨울철임에도 물이 고여서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강 주변에 수영장을 만든다고 공사가 한창인데, 도무지 누가 그 수영장에 수영을 하러 올지 알 수가 없다. 강변 토지 소유자들과 장사하는 사람들은 알량한 관광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는데,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가 알았던 ‘여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여주는 MB 정권의 저주가 가장 많이 미친 곳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년 봄에 있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이고, 그러면 여주 주민들은 무엇이 크게 잘못 되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여주’는 선거를 잘못하면 이렇게 되는 수가 있음을 보여주는 ‘산 교육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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