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봄을 거스르는 MB의 장래?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3-02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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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민주화 도미노를 보면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 붕괴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는 듯하다. 북미협상을 추진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에게 북한민주화의 가능성을 거론하며 좀더 기다리자고 설득하기 위해 김태효 비서관이 워싱턴에 간건 아닐까? 비현실적인 북한붕괴 환상에 사로잡혀 모처럼 마련된 대화국면에서 가당치도 않은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정세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크게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한국을 제외하고 북중미간 협상국면이 진전됨으로써 이른바 이명박표 왕따로 전락할 가능성이 유력한 첫 번째 경우다. 2011년 한반도는 이명박 정부를 빼고는 모두가 협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입장은 어찌됐든 협상이 필요하고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출범 직후 김정일 위원장의 성급한 오버 즉 너무 이른 로켓발사로 인해 북미간 상호신뢰의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서 추가핵실험과 대북제재의 악순환에 빠졌고 거기에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조에 휩싸여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무결심의 정책으로 일관했다. 2009년 보즈워스의 방북과 북한의 대미협상 제안에 대해서도 오바바 행정부는 적극적 대답을 유보하고 북한의 선조치만을 요구했고 급기야 천안함과 연평도가 터지면서 불가불 북미협상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해 말 헤커박사가 목격하고 온 UEP와 원심분리기는 더 이상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이란에 이어 북한까지 플루토늄도 모자라 우라늄 농축을 하게 된다면 오바마의 핵없는 세상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6자회담이 가동되고 북한과 협상이 진행중일 때는 그나마 북핵문제가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었다. 대화의 틀이 깨지고 협상이 중단될 때 북핵문제는 통제불능의 최악으로 진행되고 만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지난 해 천안함과 연평도를 겪으면서 한반도의 과도한 긴장고조가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결코 도움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1년 들어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안정이 중요하고 남북대화와 북핵협상이 필요함을 수용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다.


중국이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북핵 6자회담의 개최를 시종일관 주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서 남북의 군사적 긴장고조가 결국 미중간 갈등과 대결로 연결되고 그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미중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지난 해 말 이명박 정부가 연평도 포격으로 중단된 사격훈련을 강행하겠다고 나섰을 때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 긴장고조를 우려했고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이 바로 전날 청와대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연평도 포격 직후 중국이 중대발표를 통해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긴급제안한 것은 최근의 한반도 사태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은 6자회담 프레임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의 정세인식을 잘 드러낸 것이다. 이미 중국은 북한의 강경도발과 핵능력 증대를 찬성하지 않으면서도 최근 대북입장과 관련한 내부 논쟁을 거쳐 결국은 북한을 안고 가야한다는 입장으로 정리되었다. 2009년 로켓발사와 추가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미국을 지지함으로써 북중관계가 악화되었고 오히려 북한의 모험주의적 행동이 더 강화되었다는 현실적 경험에서 중국은 불가불 북한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초에 미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필요성과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양국이 합의한 것은 한반도 긴장고조와 남북의 극한 대결이 결코 미국과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동북아 전략과 한반도 정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인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북한 역시 북중 연대를 토대로 장기항전의 조건을 구비한 만큼, 전략적 무시로 일관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원심분리기를 공개함으로써 북핵협상으로 유도하는 한편 중국과 미국이 합의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최근의 잇따른 남북대화 제의도 본심은 북핵협상 이전에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절차적 노력이거나 성의표시용 생색내기의 성격이 강하다. 이명박 정부가 화답해서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북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고 남북대화가 남측에 의해 거부된다 해도 성의는 다했다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울을 거치지 않고 직방 워싱턴으로 갈 수 있는 핑계가 될 것이라는 심산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 대화의 분위기에 공감하고 있고 특히 북핵 협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은 이명박 정부의 남북대화 거부에도 불구하고 대화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한국은 1993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북미협상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면서 귀동냥을 해야 했던 외교적 고립과 낙동강 오리알의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


물론 두 번째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또다시 이명박 정부 편을 들고 남북대화와 북미협상 모두 좌초되고 마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다. 지금 국면에선 미중의 합의가 존재하고 UEP 관련 미국의 협상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그럼에도 남북관계 진행과정에서 북한의 강경대응이나 무리한 언동이 돌출함으로써 정세악화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도저히 북한과의 협상을 불가능하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1994년 초 북미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요구로 남북특사 교환을 어쩔 수 없이 논의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김영삼 정부의 강경 입장과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터져 나옴으로써 급기야 한반도 정세가 급랭했던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 불안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화거부 입장이 지속되고 이 과정에서 북의 돌출 발언과 극한 행동이 유도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강경대결로 치닫게 되면 북미대화와 북핵협상 국면도 한순간에 얼어붙게 되는 한국발 쓰나미의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에 역행하고 또 다시 긴장과 대결의 기싸움으로 몰고간 역사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국면을 끝까지 거부하고 그 흐름을 역류시키려 한다면 한반도 긴장의 결과는 북한의 추가도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뜻대로 대화국면은 좌초되었지만 그 결과는 감당하기 힘든 긴장고조일 수밖에 없고 이 역시 이명박 정부에겐 정치적 실패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에 대해 정면대응을 공언한 북한의 태도가 심상치 않은 것도 그 맥락이다.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남북관계를 냉각시키고 북핵정세를 악화시켜 북한이 폐연료봉을 꺼내려 하고 클린턴 정부가 북폭을 준비했지만 결국 한반도 긴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카터 전대통령 방북으로 북미 협상의 물꼬가 트이고 북핵문제는 제네바 합의로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는 오랫동안 소외와 고립의 과정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김영삼 정부와 같은 무지몽매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오랜 겨울 끝에 따뜻한 봄을 희망하는 모두의 바램을 거스려서는 안된다. 자연의 섭리에 맞설 수는 없다. 기어이 한반도의 봄은 오고 말 것이다.


/폴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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