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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찬 국회의원)
정치권에서는 공직 후보자 공천제도를 바꾸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한나라당 공천개혁특별위원회가 상향식 공천이라는 큰 틀 속에서 공천제도 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은 국민의 요구사항이며, 시대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현역 국회의원과 젊은 정치인들이 공천제도 개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그 내용에 대해 탐문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공천제도 개혁안에는 몇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원래 ‘개혁’이라는 말은 구체제, 혹은 과거의 잘못 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뜻으로 정의한다면, 과거의 공천, 특히 18대 총선 공천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 공천특위에서 이뤄지는 논의는 과거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자기반성과 분석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큰 잘못이다.
18대 총선 공천이 잘못됐다는 확실한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령’ 등의 이유로 탈락했던 박희태 의원의 경우다. 그는 뒤늦게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하고 다시 국회의원들의 선거를 통해 국회의장에 당선되어 국회 최고의 어른이 되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10년 전에 정리된 ‘부패 문제’로 공천을 빼앗겼던 김무성 의원이다. 그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해 지금은 원내대표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8대 공천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그러나 이런 잘못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누구도 자성하는 사람이 없다. 큰 문제다.
공천개혁특위가 발표한 개혁안에는 몇 가지 반드시 보완해야 할 대목이 있다.
진정한 공천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첫째, 공천심사위원회를 객관적으로 구성해야하고 둘째, 공천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하며 셋째, 공천기간을 충분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공천개혁은 반은 성공이다.
공천심사위의 심의 과정에서 권력실세들의 은밀한 지시 사항을 전해주는 일명 ‘쪽지’를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 하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 ‘쪽지’는 한국정치의 관행처럼 돼 있다. 권력실세와 계파 보스의 영향력을 배제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공천심사위가 후보를 3배수로 추천해, 이들을 대상으로 지역 경선을 한다는데 이 3배수 추천이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보장이 있는지 묻고 싶다. 공천심사위가 작위적으로 특정지역의 강력한 경쟁자를 3배수에서 배제할 경우 등에 대비한 대한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픈 프라이머리 등 경선에 따른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픈 프라이머리 등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지지자들을 최대한 투표소로 동원해야 할 텐데 이 동원이 돈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 동원 및 경쟁이 과열되다보면 상대방에 대한 고소 고발이 난무할 것이고, 이는 선관위나 검찰의 조사로 이어져 당과 한국정치의 막대한 손실로 직결될 것이다.
경선은 또 하나의 선거다. 경선이 치열했던 지역일수록 불복사태가 벌어지거나 내부 갈등으로 인한 휴유증이 클 것이다.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자는 경선이 본선 필패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내년 총선 후 6개월 뒤에 실시되는 대선까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좋은 취지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정치인들을 교도소 담벼락 위에 줄을 세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빈번하게 제도를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지도 따져 봐야 한다. 지금 나온 많은 공천 개혁 방안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박근혜 前 대표 시절 만들었던 개혁공천안과 별다름 없다.
과거에도 있었고, 실제로 시행도 됐던 공천제도를 두고 다시 개혁을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이유는 사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도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변칙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운영하다 18대 공천에서 그 사단이 났던 것이다.
개혁은 몇몇 사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제시된 개혁안의 문제점에 대해 명백한 해결책이 나와야만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공천 개혁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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