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미션에서 탈락한 가수 김건모(43)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면서 지난 한 주 시청자들의 비난 세례를 받은 ‘나는 가수다’가 최고의 무대로 사죄했다.
27일 MBC TV ‘우리들의 일밤’은 2부인 ‘신입사원’을 결방하는 대신 1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로 오후 5시10분부터 7시55분까지 165분을 채웠다. 사태 발생 이전인 14일과 발생 이후인 21일에 녹화한 내용이었다.
두 번째 미션은 이소라(42) 김건모 윤도현(39) 김범수(32) 박정현(35) 정엽(34) 백지영(35) 등 가수 7명이 서로의 곡을 바꿔 부르는 것이었다.
선곡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 미션이었던 ‘1980년대 명곡 부르기’에서는 27곡 중 LP를 형상화한 룰렛판을 돌려서 뽑히는 곡을 부르게 했다. 이 때문에 곡을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해졌고 가수들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불필요한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인지 이날은 룰렛을 돌려 나오는 가수의 3곡 중 1곡을 부르는 방식을 택했다.
정엽의 판에 지목된 가수가 ‘유 아 마이 레이디’ 등 3곡 중 1곡을 부르는 식이었다.
원곡자가 경쟁자가 부를 노래를 결정했지만 그 가수가 부르기 난처한 곡이 아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결정해주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정엽과 한 팀을 이룬 개그우먼 김신영(27)은 원곡자 윤도현에게 ‘잊을게’를 부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윤도현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소라는 박정현의 ‘나의 하루’, 윤도현은 백지영의 ‘대쉬’, 백지영은 김범수의 ‘약속’, 박정현은 김건모의 ‘첫 인상’, 김건모는 정엽의 ‘유 아 마이 레이디’, 정엽은 윤도현의 ‘잊을게’, 김범수는 이소라의 ‘제발’을 부르게 됐다.
중간점검과 연습과정에서 가수들은 1경쟁의식보다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보였다. 경쟁자지만 서로에게 조언을 받는 것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2주간 끝없는 연습으로 본 무대도 풍성해졌다. 이소라는 산뜻한 느낌의 ‘나의 하루’를 뉴욕 재즈풍으로 편곡했고, 김건모는 가성이 빛나는 ‘유 아 마이 레이디’를 특유의 담백한 진성으로 내질렀다. 김범수는 원곡의 애절함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더했고, 윤도현은 댄스곡 ‘대쉬’를 펑크록으로 강렬하게 어필했다. 박정현은 잔잔한 1절과 극적인 2절의 대비를 살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재도전 논란으로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긴 가수들과 제작진은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뮤지컬을 병행하는 윤도현은 목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혼신을 다했고 ‘윤도현 밴드’의 원년멤버 기타리스트 유병렬과 13년만에 방송 무대에 함께 섰다. 긴장감과 부담감에 리허설 무대 때 주저앉았던 백지영은 본 무대에서는 프로답게 당찬 모습으로 일어섰다.
무엇보다 논란의 장본인이 된 김건모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엄숙한 자세로 ‘유 아 마이 레이디’를 열창했다. 20년차 베테랑 김건모의 마이크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청중평가단 500명의 투표결과 2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김범수가 1위를 차지했고 정엽이 9%의 최저 득표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최저 득표자 1명을 탈락시킨다는 ‘나는 가수다’만의 규칙은 단지 서바이벌을 통해 긴장감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름다운 경쟁을 통한 최고의 무대로 귀결되는 순간이었다. 탈락자의 무대로 방송을 마무리하며 감동과 추억의 여운을 깊게 했다.
‘나는 가수다’는 이날 오프닝을 통해 공개적으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공지했다.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앞으로 시청자 여러분의 염려와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더 좋은 무대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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