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겸수 강북구청장)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형편의 집안에서 자수성가한 사람에게 쓰는 용어이다. 60~70년대만 해도 흔하게 사용되었는데 요즘은 개천이 말라버렸는지 이 말을 듣기가 쉽지않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태어났을때의 경제적, 사회적 차이를 자신의 재능만으로 뛰어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의 경우 꿈을 펼칠 기회조차 가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재능있고 끼있는 전도 유망한 아이들이 꿈을 펼칠 기회조차 잃고 사라져간다면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소질 계발 장학금으로, 구청장이 된 후 “꿈나무 키움 장학재단”으로 구체화되었다. 꿈을 꾸는 것은 아이들이지만 이를 키워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교육에 있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이 자신의 소질을 찾고 계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소질을 알고 지속적으로 갈고 닦아야 성공의 가능성이 커진다. 청소년기가 지나면 이미 늦어버린다.
내 아들의 경우도 어렸을 때 바둑에 관심과 소질을 보여 초등학교 내내 한국 기원에 보낸 적이 있다. 선생님이 방과후 수업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나는 우리 아이는 프로바둑기사를 꿈꾸고 있다며, 기본 수업만 끝나면 바둑에만 집중토록 했다. 결국은 초등학교 졸업 후에 본인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다시 진로를 수정하긴 했지만 초등학교때의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다. 만약 내 아들이 바둑분야에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었다면 조훈현, 이창호 못지않은 프로기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부터 소질계발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설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아이의 소질에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본다.
꿈나무 키움 장학재단은 이처럼 특별한 소질은 갖고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계발을 못하는 유아 및 청소년을 발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특히 기존의 장학금처럼 공부쪽에만 한정된 1회성 지원이 아니라 어느 분야이든 어렸을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지원하게된다.
이미 올해초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며, 현재 발기인을 모으고 있다. 올해말이면 장학재단을 설립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이 설립되면 공부 뿐 아니라 문화, 예술, 체육 등 어떤 분야든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찾아 지원 해나갈 작정이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소질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게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상자별로 소질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물론 재단 설립에 제일 중요한 부분은 출연금, 즉 돈이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부분도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할 수 있는 돈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연히 처음엔 발기위원들이나 독지가의 지원과 구의 기금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장학재단이 정착되고 지원을 받아 성공한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다시 힘을 보탤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들이 더 큰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할 수도 있다.
꿈나무 키움 장학재단에 10년만 투자하면 반드시 결실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교육에 관심과 뜻이 있는 많은 분들이 장학재단에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나 역시 장학재단이 설립되면 봉급의 일부를 보탤 것을 약속드린다.
앞으로 강북구의 꿈나무 키움 장학재단이 경제적 이유로 날개가 꺽인 저소득층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양성되어 자신의 꿈을 펼치며 대한민국을 이끄는 행복한 꿈을 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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