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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서울대가 당장 2학기부터 학생 천여명의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 가운데 성적면제자를 천여명 선발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개천에서 용난 재학생들은 대부분 속하게 될 것이다.
이제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더욱 더 서울대를 가야할 듯싶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바에야 서울대를 진학하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될 터이니 말이다. 서울대의 정책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큰 혜택을 주게 되니 사회적 교육적인 명분을 충족시킬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대의 정책이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서울대가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이른바 하나의 반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칙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할 수 있을 것인데, 한국의 교육현실을 생각한다면 얼토당토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어떤 주체가 어떤 상황에서 주장하고 실행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의 모순 가운데 하나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서열화된 학벌 주의다. 이것은 사회적 서열의 반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회의 모순은 교육의 모순이고,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서울대의 단독결정은 교육 모순의 사회적 해결보다는 오로지 서울대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만 보인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해결해야 할 영역이 있다.
서울대는 이번에 등록금만이 아니라 생활비로 지원해주며, 해외수학장학금 그리고 기숙사 우선 배정등을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다른 대학에서 뒤따를 수 없는 조치로 보인다. 따라서 혁신적인 것이지만 우수학생들을 서울대가 독점하게 되는 현상을 강화할것이다.
한편으로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줄 것이다. 즉 가난한 학생들은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객관적으로 그 혜택을 볼 것이다. 그렇게 수혜를 본 학생들을 지켜보는 여유있는 집안의 학생들은 불편함을 느낄수도 있다. 얼마나 가난한 지를 증명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은 아무리 좋은 명분도 제도화에서는 그 본질의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이는 어떤 정책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적용될수 있다.
근래 연구는 사회 양극화와 사교육비의 증가로 서울대 진학생의 비율이 사회적 계층에 따라 재생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유한 계층 자제의 비율이 너무 많아지고 있고 이는 서민의 성공신화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저소득층 학생이 없어질 수도 있다.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면 이번 조치는 이미지 호도를 위한 기만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서울대와 계층의 명문대 독점 현상을 어떻게 교육 민주주의와 연결시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사립대학이 너무 많고 공립대학이 적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사립은 비싼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국가의 정책에서 교육은 공공성의 핵심이다. 누구나 접근가능하게 누려야할 권리이다. 즉 교육은 공공재이어야 함에도 한국은 사유재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누구나 원하면 교육을 받을수 있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공화정의 기본 철학과 정신이다. 이제 대학교육은 과거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같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교육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교육비용의 편차로 국민기본교육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가난하더라도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싼 등록금의 해결책이다.
서열화와 고비용은 이를 저해하여왔다. 공공적 대학교육이 많아져야 학벌주의가 지배하는 교육과 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의 모순을 경감시키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공립대학 전체가 등록금 전액면제를 이루도록 리드하는 것이 낫다.
서울대의 단독결정은 결국 서울대의 지배력을 팽창시키는 꼼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아니라 공립대학통합을 통한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교육은 기초이기 때문에 그 위에 대학원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는 경쟁을 통한 차등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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