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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박겸수)
갈밭마을 젊은 여인 울음도 서러워라
현문 향해 울부짖다 하늘보고 호소하네.
군인 남편 못 돌아옴은 있을 법도 한 일이나
예부터 남절양은 들어 보지 못했노라.
시아버지 죽어서 이미 상복 입었고
갓난 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3대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달려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려도
범 같은 문지기 버티어 있고
이정이 호통하여 단벌 소만 끌려갔네.
현문 향해 울부짖다 하늘보고 호소하네.
군인 남편 못 돌아옴은 있을 법도 한 일이나
예부터 남절양은 들어 보지 못했노라.
시아버지 죽어서 이미 상복 입었고
갓난 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3대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달려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려도
범 같은 문지기 버티어 있고
이정이 호통하여 단벌 소만 끌려갔네.
(중략)
부자들은 한 평생 풍악이나 즐기면서
한 톨 쌀, 한치 베도 바치는 일 없으니
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도 불공평한고.
객창에서 거듭 거듭 시구편을 읽노라.
1803년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전라도 강진 땅에서 유배살이를 하던 시절, 갈밭 마을이라는 곳에서 일어난 어느 여인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쓴 ‘애절양’이란 시다. 조선 후기 관료층의 부정부패와 가렴주구, 민중의 삶의 고단함, 백성에 대한 애민의 마음이 잘 묘사된 시라 생각된다.
다산 정약용하면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을 만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다산을 제대로 알고 있고 있는 사람 또한 거의 없는 것 같다. 다산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거의가 ‘목민심서’, ‘거중기’, ‘수원화성 축조’ 등을 이야기할 뿐이다.
다산은 일평생 500여권이 넘는 저서를 남길 만큼 그 사상적 깊이와 넓이를 재기 힘든 위대한 사상가이자 이론가이다. 또한 성리학적 전통을 벗어나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이론정립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지식을 통해 한강에 배다리를 가설하고, 화성 축조 시 거중기를 만들어 백성들의 고충을 덜어준 실천가이기도 하다.
정약용은 생전에 12년 동안의 짧은 관직생활 이외에는 18년 동안의 유배생활 등 생의 대부분을 야인으로 지냈기에 그의 시대를 초월한 사상은 당시에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현대에 와서 정치, 경제, 행정,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그가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할 수 있다.
이 책 「다산의 행정사상」은 우리나라의 행정학자들이 다산의 사상을 현대행정학의 관점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기록한 책이다. 다산의 사상을 오늘날의 행정사상에 접목시키고 재해석하려 고심한 학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책 곳곳에 묻어나 있다. 특히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는 서양이론들로 가득한 행정학계에 우리 역사 속에도 정약용 선생과 같은 뛰어난 행정사상을 가진 분이 있음을 일깨워줬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책에는 다산이 생각하는 인간관, 사회관, 국가관, 조직관, 공직관, 리더십, 의사결정, 사회복지 개념, 청렴, 교육관 등이 현대의 행정이론에 비추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총 10편의 글들은 제각각의 주제인 것 같지만 각 글들의 중심에는 깨끗한 행정구현을 통해 부정부패를 막고 백성이 풍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던 정약용의 ‘애민정신’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강북구청장에 취임하고 두 해째를 맞고 있다. 구청장 취임 이후 나 역시 다산의 사상을 구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장실을 개방해 매일 구민들을 만나는 열린 구청장실, 재개발?재건축 주민참여제, 청렴 행정, 다산아카데미 운영 등이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백성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 하라는 뜻의 ‘사인여천(事人如天)’을 구정 철학으로 ‘구민이 주인되는 행정’을 비전으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행정과 정치의 주목적은 주민에 대한 봉사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다산의 사상은 이에 대한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자치단체장과 정치인, 공직자 그리고 미래에 행정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 나의 애독서
○ 책 명 : 다산의 행정사상
○ 출판사 : 도서출판 대영문화사
○ 지은이 : 최병선ㆍ심준섭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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