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추억을 그리는 도시, 성동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10-04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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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최근 TV드라마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남자주인공 캐릭터는 ‘차도남’이라고 한다. 차가운 도시 남자의 줄임말로 도도한 겉모습과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을 가진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따뜻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우리들은 시간ㆍ장소ㆍ인력 등 모든 분야의 효율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조성된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많은 것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그 속에서 때로는 경쟁과 대립관계에 소외감과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며 힘겨워하기도 한다.


도시는 ‘차가운 도시남자’처럼 그 겉모습은 차갑고 높고 빠르다. 하지만 필자는 콘크리트와 유리로 꽁꽁 숨겨놓고 있지만 타인과의 따뜻한 관계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것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실제 체험할 수 있었다.


무채 써는 소리와 항아리를 묻기 위해 땅을 파는 아버지의 모습, 갓 양념한 김치를 돼지고기에 싸서 서로 먹여주는 모습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훈훈한 김장하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그보다 더 훈훈한 김장하는 모습을 알고 있다.


늦가을이 되면 구청 앞 광장에 수십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김치 담그기 행사’를 연다. 이 날 만드는 수천포기의 김치는 내 가족을 위한 김치가 아니다. 바로 어려운 이웃의 겨울나기를 도와주기 위한 김치이다. 이 모습이 어찌 젓갈을 달이는 부뚜막의 열기보다 더 뜨겁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어렸을 적에는 동네에서는 나쁜 짓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잠시 집을 비웠어도 옆집 할머니와 뒷집 아저씨의 눈이 더 매서웠기 때문이다.


우리 성동구에는 이웃집 자녀를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돌보는 옆집 할머니와 뒷집 아저씨가 아직도 많이 있다. 얼마 전 필자가 구청장으로 근무하는 성동구 지역의 17개 전체 동에 동별 장학회가 조성되었다. 구에서 운영하는 장학기금도 물론 있지만 이 동별 장학회는 매서운 장학회이다. 지역 어른들이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푼 두푼 모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큰 재산가가 몇 억의 금액을 턱하니 내놓은 것이 아니라 직능단체 회원, 점포주, 사업주 등 500여명이 넘는 평범한 이웃들이 십시일반 모아주신 것이라 더 따뜻하고 감사하다. 이런 마음이 담긴 장학금이 몇 개월도 안 되었는데 벌써 2억 원 가량이 모아졌다고 한다. 구청장으로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이런 마음이 우리 아이들에게 잘 전해져 우리 지역을 고향으로 느끼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해주기를 바란다.


‘도시’도 서로 정을 나누며 의지하는 훈훈한 삶의 공간이다. 다만 수줍게 감춰둔 그 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역할을 책임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가 ‘나’라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고향’이라는 공간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내 따스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 모습을 도시에 그려보고자 한다.


실개천은 없지만 물놀이장을 통해 친구들과 멱 감던 추억을 전해주고, 골목골목 뛰며 흘리던 땀방울을 학교 잔디운동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자상한 훈장님의 마음을 자기주도학습센터를 통해 이어가고, 마을 초입 느티나무 아래 평상대신 쾌적한 경로당이 어르신들께 편안한 쉼터가 되길 바란다.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사람냄새 나는 누구나 그리워하는 따뜻한 고향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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