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살겠다 갈아보자!’ 또다시 떠올리는 까닭

이기명 / / 기사승인 : 2012-03-25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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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시사평론가

(이기명 시사평론가) ‘최후’라는 말은 살벌하기도 하고 또 서글프기도 하다.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최후가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특히 고통스러운 시대를 살다 보면 왜 빨리 마지막이 안 오느냐고 학수고대한다. 나에게가 아니라 그에게다.

오늘의 시대를 갈등과 증오의 시대라고 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잘못된 정치 때문이라고 하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승만 독재로부터 박정희의 유신독재, 전두환의 철권으로 이어지는 독재는 지역은 물론이고 국민 간의 동족의식에도 깊은 골을 남겼다. 서로들 갈갈이 찢었다.

국민들은 뭔지도 모르고 서로 증오한다. 무슨 원수를 졌기에 영·호남이 서로 이를 가는가. 지역감정이 뭔가. 정치가 저질러 놓은 천벌 받을 죄악이다. 선거철만 되면 잘도 우려먹는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민들은 참 많은 것을 기대했다. 노무현 정권이 그렇게 잘못했다니까 이명박 정권은 약속한 대로 잘할 줄 알았다. 얼마나 보랏빛 꿈길을 펼쳐보였는가. 그게 1년이 못 가서 박살이 났다.

초장부터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어린쥐’니 질척거리더니 결국 4대강에 이르러서는 국민들이 침몰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의 부패와 비리가 정권이나 대통령 개인으로 끝이 난다면 그보다 다행이 어디 있으랴만 이게 고스란히 국민의 삶과 직결이 되어 있으니 문제다.

집안 살림 엉망으로 하는 부모를 둔 자식들은 고생길이 훤하다. 국가야 원래 규모가 크지만 따지고 보면 집안 살림과 별반 다를 것도 없다. 규모 있고 알뜰하게 허황된 꿈꾸지 말고 해 나가면 망할 리 없다.

나라 살림이야 망쳤고 국민이 잘못 뽑았으니 할 얘기가 없다. 정치를 잘못해서 나라 살림이 엉망이면 그런대로 마음이라도 편해야 할 것이 아닌가. 왜 정치탄압을 하는가. 국민들은 퇴임한 대통령의 죽음도 정치탄압으로 생각한다.

검찰청 빨대가 다시 준동을 하는 모양인가. 다시 노건평이 등장했다. 왜 이 시점인가. 총선이 20일 남았다. 기가 막히게 절묘한 검찰 발표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도 욕먹는 게 다반사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애인이 변심을 해도 대통령 탓이었다. 그렇게 대통령 욕해도 혼내지 않았다.

헌데 이젠 인터넷에 대통령 비판 했다고 사찰을 한다. 뒷조사를 한다. 멀쩡하게 사업하는 사람을 사찰해서 패가망신시키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건 경제발전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 했으면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그리고 용서하면 된다. 헌데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죄진 거 부인하라고 수천만 원을 주고…, 대한민국이 겨우 이런 나라인가.

국민은 참담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더구나 이것이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이면 너무 끔찍하다.

믿거나 말거나 스스로 ‘몸통’이라고 자백한 이영호라는 비서관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큰소리만 쳤다. 청와대는 관련 없다고 극력 부인을 한다. 그럴수록 의심은 더욱 깊어간다.

가라앉아 있던 ‘BBK’가 실체를 드러낸다. 홍준표가 흔들어대던 편지의 실체도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이 7억 달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7천억이다. 20일 후 여소야대가 되고 특검이 생기고 국정감사가 벌어지면 다 들통이 날 것이다.

이제 20일만 지나면 총선이다. 아마 국민들은 이럴 것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그놈이 그놈이다. 어느 놈을 찍어도 마찬가지다’고. 늘 그렇게 말해 왔다. 맞는 것도 틀리는 것도 있다. 다 똑같은 놈도 아니고 잘 살펴보면 확실히 다르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힘이 있다. 스스로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투표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꿔야 변한다. 0.1%의 희망만 보여도 바꿔야 한다. 현재로서는 도저히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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