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이 쳐다보는 것도 무서운 세상

이기명 / / 기사승인 : 2012-04-01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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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시사평론가

(이기명 시사평론가) 죠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새삼 소개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의 일거일동을 감시당하는 세상에서 살게 된다면 얼마나 무섭고 가슴 떨릴까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로 알 것이다. 이건 소설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주위에서 일어난다. 지금 민간인 사찰 사건이 이명박 정권의 목을 매단 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다. 불법인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내용이 하도 해괴망측해서 입에 담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사찰을 당한 사람은 몇천 명이다. 지금 하나씩 들통이 나고 있다. 누가 사찰을 당했는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적과 동지도 없다. 찍혔다 하면 사찰이다. 어디서 맘 놓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누가 쳐다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는 세상이 됐다.

일제시대 고등계라는 것이 있었고 경찰서에는 사찰과가 있었다. 자유당 때도 경찰에 사찰과 형사라는 것이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 됐다. 박정희 독재 때도 중앙정보부가 국민을 감시했다. 방송국을 비롯한 언론사마다 조정관이란 이름의 정보요원이 상주했고 국장실이나 사장실을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그때 그들을 보면서 비굴한 웃음을 짓던 기자 PD들, 작가들의 얼굴이 선하다. 참여정부 때 이게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다시 부활했다. 아니 이제는 전화 한 통화 마음대로 못한다.

촛불에 혼이 나간 이명박 대통령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부르면서 국민사찰을 생각해 냈는가. 민간인 사찰에 민정수석실이 관련되었고 그 당시 민정수석은 지금의 법무장관이어서 국민들은 물러나라고 아우성이다. 부인을 해도 문건으로 증거가 드러났다.

도대체 죄진 놈이 기자들 앞에 나와서 미친 듯이 ‘내가 몸통이다’라고 소리를 치는 세상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양심이란 것은 찍어 누른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 벌써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서 양심선언을 할 공무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문이다. 온통 세상이 아수라장이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면 천하의 박근혜라도 한마디 해야 한다. 분별력이 있는 대표라면 공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면담 신청을 하고 따져야 한다. 당신 때문에 선거 망치게 됐다고 하야를 요구해야 한다. 빈말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인간이 비밀을 좋아하는 속성이 있는지는 모르나 나만의 세계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 이걸 보장하는 것이 국가다. 그래서 통신의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언론노조에서는 대통령 하야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다음 주에는 대통령 하야하라는 소리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 4대강 물길도 막은 이명박 정권이니 봇물 정도의 국민 요구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할지 모른다. 그러나 몇십 미터 높이로 덮쳐오는 분노한 국민의 쓰나미 앞에서는 도리가 없다.

아예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독재정권이 전가에 보도처럼 뽑아 쓰던 북풍 같은 잔머리는 굴릴 생각도 말아야 한다. 그런 거 가지고 통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학습 많이 받았다. 디도스 공격도 어림없다. 이영호가 몸통이라고 큰소리쳤지만 믿는 국민 없다.

민간인 사찰의 진상을 대통령이 소상하게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심판을 받는가.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파괴됐다.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 인간관계가 단절되면 누구하고 살란 말이냐. 국민들이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들이 입을 닫으니 무시를 당하는 것이다. 깨어 있는 국민을 이겨 먹는 정치가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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