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기문 / / 기사승인 : 2012-05-21 15:56: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변호사) 때 아닌 동성결혼을 합법화 할 것인지가 미국에서 논쟁꺼리로 떠 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부터다.

당장 보수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기독교계를 비롯하여 보수그룹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속속 철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을까?

선거의 달인이라고 해야 할 그다. 그야말로 정치의 유, 불리를 떠나서 동성결혼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입장을 개진한 것일까? 미국사회에서 동성결혼 찬성률은 50%를 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지지층에선 찬성률이 더 높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규정한 연방헌법의 ‘결혼수호법’을 개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동성결혼 지지층에서도 오바마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이다. 마치 1860년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의 노예제 폐지 지지선언과 같다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당시 뷰캐넌은 개인적으로 노예해방을 지지하지만, 이를 각 주에서 다룰 뿐이며, 연방이슈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데 서 비롯되었다.

말하자면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선언이 취업·승진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하므로, 이를 소수자 인권보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며, 기존의 결혼제도까지 바꿀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에 그런 지적이 나왔다.

사실 그렇다.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동성결혼에는 결혼의 기본윤리인 자녀 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결혼제도가 단순히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결합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통의 결혼제도에는 남녀를 통한 성적 결합이 필요하다.

성적 결합은 우리에게 생산의 기쁨을 주고, 성희의 즐거움을 주며, 이를 통해 두 사람간의 사랑이 싹튼다. 동성 간의 결합은 성희의 쾌락을 줄 수도 있다. 두 사람간의 사랑도 싹틀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생산하는 기쁨을 주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기독교계 등 보수적인 단체들은 신의 설정한 자연질서를 위반했다고 해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보통의 결혼이라는 제도와는 다른 이와 같은 동성 간의 결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기독교의 생명윤리를 침해하는 논리로 반대해야 하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동성결혼 집단에 대하여 동성결혼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시선을 보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제 이 문제를 우리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 아닐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바로 이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인다. 성희의 기쁨을 반드시 매춘이나 포르노에 견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비록 생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들 집단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시각이다.

건강한 성인 남녀가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또한 동성결합을 했다고 해서 이들을 우리 사회에서 차별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또 다른 보편적 가치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뿐만 아니라 동성결합을 하였다가 헤어지는 사람들의 법적인 처리문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져 있는 상황이다. 10년이든, 20년이든 동성으로 결합하여 살다가 헤어졌을 때 이들은 어떠한 재산분할청구권도 보장받을 수 없다. 과연 이것이 합리적인 것인가?

오늘날 가정을 반드시 이성간의 결합체로 보는 시각도 이제는 바꾸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 가정이라는 존재는 생명이 창조되고, 행복이 만들어지는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생명이 창조되지는 않더라도, 필요한 때에는 입양이라는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동성결합을 인정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 성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보다 많는 동성결합의 가정들이 사회적으로 냉대 받고 차별화 받는 것도 또 하나의 가정의 위기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동성 결합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법적으로는 허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독선일 수 있다.

얼마 전 TV드라마에서 동성 결합을 현실적으로 받으 드리는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어서 화제였다. 이제 점차적으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동성결합을 받아드릴 수 있는 넓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의 동성결합 지지선언도 원초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라 보인다. 오바마의 지지선언을 생명윤리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독단이고, 그렇다고 개인의 생각을 지나치게 좁게만 바라다보는 것도 현명치 않다. 우리의 사고를 넓혀가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기문 이기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