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써 말 많으니

홍문종 / / 기사승인 : 2012-06-10 13:14: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홍문종 국회의원

(홍문종 국회의원)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아무리 바빠도 의총엔 꼬박꼬박 참석하겠다는 생각이다. 등원하면서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개인적으로 다짐한 바 있는데 의총 참석은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 개원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국민들께 야단맞고 있는 처지지만 칭찬받는 19대 국회를 만들겠다는 의욕이 크다.


기필코 사랑받는 정치의 전형적인 본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의총은 150여명이나 되는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빌미가 됐다. 앉은 자리 주변으로만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누군가는 먼 자리까지 찾아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나 역시 미소와 목례로 군중 속에 섞여 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관전자가 되어 의총장을 탐색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내가 속한 무리를 국외자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건 내 오래된 습벽이다. 동료로 섞이기 위해선 개개인의 관심사나 특성부터 파악해야 하고 그들의 얘기를 통해 얻은 정보가 관계를 수월하게 해주는 묘약이 된다는 사실까지도. 의총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에서 의욕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동료의원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다음은 내 관전 안테나에 잡힌 동료의원에 대한 감상평이다. 우선 지도부 반열의 의원님 품평부터. 유머와 따뜻한 너그러움으로 덕장의 면모를 발휘하며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A의원님은 조심성도 좋지만 애매모호하기만 한 화법이 영 불만(?)이다. 답답하고 유약한 느낌이 혹여 흠결있는 품성으로 비춰질 수 있을까 걱정이다. 조만간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때가 있겠지... 기다리는 중이다.


발언대에 자주 출몰하는 초선 의원 C는 자기가 올라와 있는 링의 분위기 파악이 아직 덜 된 것 같아 걱정스럽고 D의원은 자신의 이미지 각인을 위한 조급함 때문에 잘 정제된 개인적 장점들을 고작 ‘인증샷’ 도구로 전락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 안타깝다. 스스로를 거물급 정치인으로 우대하려는 인식 때문에 희화화를 자초한 F의원은 완전 코미디다. 자신의 위상(?)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발언 내용과 액션의 조화를 깨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반면 적당한 유머와 센스를 섞어가며 정치적 밥상을 먹음직스럽게 차려 좌중을 홀리는 솜씨를 보인 G의원은 확실히 군계일학이었다. 다만 그렇게 명쾌하고 훌륭한 정치적 구상이 있는데도 18대엔 뭐하느라 이슈 파이팅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나도 모처럼 발언대에 올랐다. 반복된 주제일 수 있지만 그동안 생각해왔던 몇가지 사안에 대해 얘기했다. 언론 노출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부 의원들의 심각한 언론 중독증 행태를 지적했고 지도부를 동네북처럼 질타하지 말자고도 했다.


특히 그동안 오픈프라이머리 경선을 주장해 왔던 대권주자들의 의총 불참에 일침을 가했다. 당내 의원들이 다 모인 자리인데도 오픈프라이머리 경선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대권주자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쏟아낸 뒷 맛은 역시나 씁쓸했다. 괜한 짓을 했나 싶기도 했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하는 가르침으로 말의 부정적 측면을 경계토록 한 성현의 지혜가 새삼스러운 감회로 다가왔다.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 관중과의 눈맞춤이 없는 정치인의 연설은 죽은 연설이라는 한 선배 정치인의 가르침을 지금껏 잊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론이 문제인데 동료의원들의 신상발언을 들으면서도 그 문제를 생각했다. ‘이들은 과연 단상에 나서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치열한 준비과정을 거친 걸까?’


그렇더라도 조금 더 지켜보면서 더 배우고 더 생각하고 더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말 잘하는 국회의원보다 의미있는 내용으로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말을 할 줄 아는 국회의원이 되어야겠기에. 그것은 나의 또 다른 다짐이 되었는데 '말’의 릴레이로 2시간 훌쩍 넘긴 의총장에서 유일하게 건져 올린 성과물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각박한 건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홍문종 홍문종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