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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시사평론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요즘 과학이 발달해서 거짓말 탐지기 들이대면 금방 들통나는 세상이다.
그러나 역시 사람의 속내는 알아내기가 힘들다. 특히 정치인들의 속마음은 카멜레온 뺨치는 위장의 천재여서 빵빵 속아 넘어간다.
인간은 말이라는 것을 발명해 냈다. 동물들도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소통을 한다지만 난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의 말은 알아듣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고 하겠지만 내가 말하는 말이란 사람이 하는 진심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의 혼을 싹 빼놓는 사람이 있다. 타고 난 재주다. 그러나 말을 듣고 난 잠시 후 그의 말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서글픈 일이다. 진실과 거짓의 차이다.
말의 풍년인 계절이 왔다. 대선이 닥아 왔고 대선후보들의 토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두가 말이라면 한가락 한다고 자부하는 후보들이니 토론의 향연을 기대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후보들은 말로서 자신의 철학을 말하고 정책을 말하면서 지지를 호소할 것이다. 그럴 리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서 넘어 갈 생각을 한다면 일찌감치 후보 사퇴하는 게 낫다.
과거에 입만 달랑 들고 나와 말 재주 과시하던 후보들이 어떨 꼴이 됐는지 아는 국민들이 많다. 그런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겸험처럼 훌륭한 사부가 어디 있던가.
고등학교 은사 중에 송건호 선생님이 계시다. 말씀도 잘 못하시고 느린 충청도 사투리다. 처음 교실에 들어오셨을 때 학생들이 매긴 점수는 후하지가 않았다. 그러나 웬걸, 수업이 끝난 다음에 학생들은 깊은 감동에 빠졌다.
송건호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한 마디 한마디, 독재를 말하고 민주주의를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은 6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귀에 남아 있다. 말은 살아 있는 말이 진짜 말이다.
토론 중에는 별 일이 다 생기게 마련이다. 매몰차게 상대의 약점이나 과거의 허물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 억지 변명 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다 안다. 속으로 웃는다.
이건 분명히 자신의 잘못이었고 저건 실수였다. 인정해야 한다. 세상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른다고 잡아떼거나 분명한 잘못을 아니라고 박박 우겨대면 생방송 앞에서 국민에게 사기 치는 것이다.
그럴리는 없지만 왜 나왔느냐고 거북한 질문을 하면 솔직히 경험 쌓고 훈련 받으러 나왔다고 고백해라. 모르는 질문 나오면 ‘잠깐’ 양해 구하고 수첩 꺼내 봐도 된다.
세상이 다 아는건데 숨기는 것 보다는 솔직한 게 좋다. 누가 공수 특전단 출신 후보에게 낙하산 한 번 타는 거 보여 달라고 하면 위험하고 무서워서 못한다고 말하면 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지식은 좀 부족하다 해도 나중에 보충하면 된다. 좋은 참모들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이 지난 4년 반 동안 얼마나 지긋지긋한 경험을 했는가. 거짓말이라면 이에서 신물이 난다.
후보들 중에는 ‘이놈의 토론’하면서 머리를 흔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거 안 해’하면서 토론을 거부하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토론을 하고 안하고는 자유다. 그와 동시에 자동퇴출을 자청하는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여론지지율이 꼴찌에서 맴도는 후보들이 이판사판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한 번 튀어 보자는 뱃장인지 돌출행각을 벌리는 경우를 본다. 이런 거 참 꼴불견이다. 이런 짓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국민 모두의 이름으로 해야 될 말이 있다. 절대로 747태워 준다거나 부자 만들어 주겠다는 뻥은 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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