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방송하라

임종건 / / 기사승인 : 2012-10-17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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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한남대 교수

(임종건 한남대 교수) “너 자신을 방송하라.” 인터넷 ‘놀이마당’ 유튜브의 사시(社是)입니다. 말 그대로 “누구든 방송할 동영상이 있으면 올려라. 올리는 것도 공짜요, 퍼가는 것도 공짜다.”라는 것이 유튜브의 운영원칙입니다.

싸이 선풍의 핵이 바로 유튜브입니다. 여기에 올린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70여일 만에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해서 보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퍼나르고, 이를 TV 라디오 신문 등 재래식 미디어들이 취재 보도해 맞장구를 쳐서 일으키는 바람이 ‘싸이 선풍’인 것입니다. 너무 급작스레 불어 닥친 바람이다 보니 싸이 본인조차 어리둥절해하는 상황입니다.

빌보드 차트는 미국과 유럽 쪽의 유행가 소식을 전하는 음악잡지 빌보드의 히트곡 순위 매김표로서, 영어권이 아닌 지역의 언어로 된 노래와는 거의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아시아에선 반세기 전에 일본가수 사카모토 큐(坂本九)의 노래 ‘스키야키’가 1위를 기록한 적이 한 번 있었을 뿐입니다. 요즘 한참 뻗어나가는 K-Pop 가수 중에 100위 이하의 순위에 기록된 예도 있으나, ‘강남스타일’은 11일 현재 3주째 2위에 올라 1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강남스타일이 타이틀 곡으로 수록된 그의 정규앨범 6집의 이름이 ‘싸이 6甲’입니다. 흔히 꼴불견의 행동에 대해 “육갑을 떠네”라고 할 때의 육갑입니다. 육갑의 다른 말은 ‘오두방정’입니다. 펄쩍펄쩍 뛰면서 노래를 부르는 싸이의 육갑과 오두방정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신명과 재미로 전달된 겁니다.

지난 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의 공연을 하면서 그는 소주 병나발을 불고 늘어진 뱃살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웃통을 벗어던졌습니다.

싸이의 그런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 자칭 타칭의 ‘B급 정서’라는 말입니다. 그의 노래, 춤, 외모를 포함한 삶 자체가 B급이라는 겁니다. 그는 “태생이 B급인 것 같다”면서 “B급인 게 좋다”고 말합니다. “좀 유명해졌다고 점잔을 뺄 수는 없지 않냐”고도 했습니다.

싸이의 성공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 시대의 스타 탄생입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그릇이 유튜브입니다. 지금 방송산업은 광파(廣波 Broadcasting)에서 협파(狹波 Narrowcasting)를 거쳐 개인파(個人波 Personalcasting) 방송으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지상파 방송이 광파방송이라면, 장르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케이블 방송이 협파에 해당될 것입니다.

개인파 방송은 일방통행식인 광파나 협파 방송과 달리 개인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방송입니다. 방송사가 주인이 아니라 올리고(upload) 받고(download) 퍼나르는(forward) 수많은 개인들이 주인입니다. 이것의 통칭이 SNS인데 참여자 간의 소통의 크기가 영향력을 만들어 냅니다.

개인파 방송은 정보 전달의 신속성, 광범성, 편의성, 저렴성, 양방향성 등으로 인해 사회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로 인한 개인의 명예 침해, 사회불안 야기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유투브가 생중계한 싸이의 서울광장 공연이 과다접속으로 다운되어 볼 수 없었던 것처럼 기술적으로 극복할 과제도 허다합니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입니다. 성취도 많고 문제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싸이의 성공도 개인의 재능과 노력에다 한국의 IT인프라가 만들어 낸 성취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질 개인파 방송의 시대에서는 싸이를 통해 세계와 통할 수 있음을 확인한 한국인의 ‘끼’가 더 널리 발산되어, 제2, 제3의 싸이가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너무 갑작스런 성공인 탓인지 싸이의 성공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이러저러 잡음도 들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그의 인기를 독도선전에 이용할지를 검토하겠다는 관료적 사고방식은 시대 역행적입니다.

자신의 노래를 ‘육갑’으로, 자신의 삶을 ‘B급’이라고 말하는 그에겐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습니다. 그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으로 처음 가는 길이다. 처신을 잘 할 것이다.”라고 한 말에 믿음이 갑니다. 그가 월드 스타로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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