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의 실상과 재벌 유감

정호준 / / 기사승인 : 2013-05-07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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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준 국회의원
(정호준 국회의원) 전경련 등 재계가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에 대해 공개 반발하고 있다.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엄중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과잉입법이라며 국회를 ‘항의방문(?)’한데 이어,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는 ‘협박성(?)’ 반응도 흘리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기업 옥죄기식 규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재계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조사결과가 있었다.

지난 4월, 감사원이 공개한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 감사 결과가 그것이다. 감사원은 우리나라 재벌·대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무려 5조6000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편법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계열사들의 물류업무 몰아주기, SK는 최태원 회장 오누이가 보유한 SK C&C에 대한 계열사들의 IT 일감몰아주기, CJ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이 보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계열사들의 스크린 광고영업 대행 독점권을 싼값으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딸과 부인, 손녀가 보유한 씨네마통상과 유원실업에 대한 롯데쇼핑의 영화관 매장 일감주기, STX는 강덕수 회장의 자녀들이 보유한 STX건설에 대한 계열사들의 공사물량 몰아주기,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딸이 보유한 베이커리업체 신세계SVN에 대한 계열사들의 매장을 저가 임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수조원대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부당내부거래만 근절되어도 중소업체나 중견기업들은 더 많은 일감을 얻게 되고, 동반성장과 건전한 기업생태계 조성에도 탄력이 붙게 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자영업자 3명 중 한명은 월 순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영세자영업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치솟는 상가 월세와 보증금에 휘청거리다 권리금조차 건지지 못한 채 폐업으로 향해가고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율은 무려 85%에 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 들어서만 편의점 주인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불공정한 거래조건과 인근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경쟁 편의점들로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자, 카드 돌려막기, 사채 끌어다쓰기로 빚을 감당하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 국회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수준은, 총수 일가가 부당하게 벌어들인 사적 이익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자는 정도에 지나지 않다.

그런데 온갖 편법으로 자신들의 부를 대물림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슈퍼갑’으로 군림하며 중소납품업자와 하도급업체, 가맹업체의 고혈을 쥐어 짜내, 뒤틀리고 왜곡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왔던 장본인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은 고사하고, 시대를 거슬러 입법저지 실력행사에 나선 모습을 보며 실로 유감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 사회는 분명 진화하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입법에 찬물을 끼얹는 것에 자신들의 역량을 낭비할 것이 아니다. 지금 해야할 일은 상생과 공존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낡은 경영 행태를 극복하는데 힘을 모으는일이 될 것이다.

재계에 당부한다.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발목을 잡자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총수일가의 편법, 불법, 탈법, 위법 행위를 바로잡아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공정한 사회, 건전한 시장경제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 점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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