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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준 국회의원 |
개발독재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관치금융의 망령이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도 당사자들은 안하무인이다.
소위 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이 금융공기업 수장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별로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금융 관련 협회장 자리도 거의 대부분 이들의 차지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민간 금융회사까지 접수하려고 나섰다. 여기저기 창조금융의 빈 수레 소리만 요란하더니 뒤로는 관치의 향수나 쫓고 있는 게 요즘 금융당국의 현주소다.
관치의 명징한 지표는 직접적인 인사 개입이다. 공기업도 아닌 민간 기업의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관치금융의 의지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지금 행태는 신관치금융의 시대를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거기에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시간제 일자리라도 만족하며 살라고 하는 마당에 정작 자신들은 퇴직 후 일자리까지 챙기는 살뜰함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치에 노후보장까지 양 손에 떡을 든 모양새다.
이들은 모피아란 말에 조롱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자기 식구들 뒤를 봐주는 꼴이 조폭이나 진배없다는 세간의 지적을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KB금융 회장 선출과 관련하여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지주회사 회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결과를 놓고 되짚어보면 금융계에는 능력과 전문성이 있는 사람은 모피아밖에 없다는 말이 되고 만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모두 모피아 일색이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관치를 옹호한 전력까지 있다. 관치가 없으면 결국에는 무질서한 내치가 문제가 될 거라는 등의 발언으로 취임 당시부터 관치금융의 우려를 자아내더니 결국 이러한 사태를 몰고 왔다. 시장의 질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심판인 금융관료의 무능 탓일 텐데도 오히려 자기들이 선수로 직접 나서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금융위는 다른 조직에 대해 특정 학맥과 인맥의 문제점을 지적할 자격이 없다. 자신들은 금융계 곳곳에 자신들의 인맥을 심느라 여념이 없으면서 누구를 손가락질 한단 말인가? 또한 지난해 2월 부산은행을 베스트뱅크로 선정해 놓고 불과 1년 여 만에 조직이 곪을대로 곪았다고 말하는 것은 금융당국 스스로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추진해야 할 정책이슈를 몇 개 가지고 있다. 만일 이러한 무리한 인사개입을 통한 관치시도가 부당한 금융정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면 지금 당장 그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
개발독재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이러한 행태는 금융위원회가 말하는 창조금융과는 거리가 멀다. 창조적 이기는커녕 버려야 할 못된 버릇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관료들은 “정권은 바뀌어도 모피아는 영원하다”라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이들이 빨리 이러한 미몽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다시 한 번 격랑에 휘말리고 말 것이다.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관치금융이 아니라 좋은 금융정책과 리더십이란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자기들끼리 형, 동생하면서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사이에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뿐이다. 작금의 원전비리사태나 저축은행사태 모두 자기들끼리 짜고 친 고스톱의 결과라는 것을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다. 국회는 같은 우를 또 다시 범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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