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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북한학 겸임교수 정치학박사 전지명 |
이 세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내 뱉은 '말'과 활시위를 떠난 '화살' 그리고 흘러간 '세월'이 그것들이다고 들 한다.
이중 그 첫 번째인 '내뱉은 말'이란 한 번 뱉고 나면 다시 거두어들일 수가 없다는 뜻 이다.그래서 옛말에 '세 치 혀(舌)', 즉 '말조심하라'고 했다. 여기서 한 치 는3.03cm에 해당하니 겨우 9cm의 짧은 혀로 하는 말을 조심하여 쓸 데 없는 구설수(口舌數)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과 세 치 밖에 되지 않는 그 혀로 말이 주는 덕과 해악이 순간 바뀌어 질 수 있었기에 나라마다 '말'에 대한 속담도 적지 않다.
우리 속담에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설시참신도 : 舌是斬身刀)” 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설저유부(舌底有斧)’ 란 말도 있는데 “사람의 혀 아래에 도끼가 들었다”는 뜻으로, 글은 잘못 쓰면 고치면 되지만 말은 잘못 하면 화를 불러일으키니 말을 늘 조심하고 아껴야 한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쓰이는 속담이 있다.
베트남의 속담에서도 “칼에는 두 개의 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에는 백 개의 날이 있다”라는 말이 있고, 또 “내 말이 내 적이다.“ 라는 러시아 속담도 있다.
이렇듯 자신이 한 번 내뱉은 말은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 담을 수가 없고, 세 치 혀로 함부로 놀리는 막말은 위 속담같이 결국 부메랑처럼 다시 되돌아 와 자기 발등을 도끼로 찍는 꼴이 된다는 교훈이다.
지금 본인의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려 국제사회의 분노를 사고 뭇매를 맞고 있는 그 혀의 주인공이 바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겸 부총리이다. 도끼로 자기 발등을 확실히 찍고 말았다.
이미 일본 내각 총리대신까지 지낸 그가 '나치 독일의 수법을 배워 헌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후안무치한 희대의 망언을 했다.
그가 말한 '나치 정권의 수법'이란 1933년 바이마르 헌법에 따라 독일 총리가 된 아돌프 히틀러가 적반하장 격으로 자기를 총리로 만들어 준 그 법을 무력화 시키고 행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권법(授權法)을 초법적인 방법으로 만든 수법을 말한다.
그 후 절대 권력을 손에 쥔 나치의 수괴 히틀러는 지구촌 수십억 인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겪게 했던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 만행을 저질렀던 장본인 이다.
물론 2차 대전당시 나치정권과 동맹한 일본도 나치 버금가는 인류 최악의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던가. 그래서 인류 최악의 재앙이라는 원자 핵 폭탄이란 참상을 겪으며 항복한 일본이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커녕 지금도 역사 왜곡 망언만 일삼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어두웠던 나치 독일에 대한 과거사 재정립을 위해 과거사 청산과 반성 그리고 지속적인 사죄와 주변국가와의 화해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나치시대의 만행 사실도 역사 교과서에 상세히 수록해 후세들이 역사적 교훈을 얻어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 일본은 이런 독일의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 나치 정권이나 전범인 자기나라 일본국의 치욕스런 과거사를 망각한 채 '나치 수법을 배우자'는 취지의 망언을 그가 했으니, 이 정도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부족은 물론 원죄의 과거로의 회귀 같은 잠꼬대라고나 할까. 참 가관이다.
갑자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일이 커지자 부랴부랴 불을 끄려고 하는 아소 다로의 혓바닥에 무엇이 비장되어 있는 지가 무척 궁금해진다.
위장술의 대가로 일컬어지고 있는 카멜레온은 청각적 장애의 한계 때문에 양쪽 눈을 360°로 따로따로 움직이면서 주위 물체를 식별하고, 또 자신의 몸 전체 길이보다 더 긴 혀로 먹이를 잡아먹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그 혀는 보통 때는 입 속에 감추고 있다가 먹잇감이 포착되는 즉시 먼 곳의 먹이도 순식간에 화살처럼 휙 내밀어 낚아챈다.
세 치 혀의 무서움을 모르는 아소 다로는 카멜레온의 입속에 감추어진 무서운 혀 같이 그 입속에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이미 지구촌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돈키호테 같은 그의 천박한 역사 인식이 보나마나 군국주의적 야욕을 스스로 만천하에 광고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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